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自由 자유
스스로 자(자신) / 말미암을 유 (~로부터)
"자신으로부터"
1. [명사]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2. [법률]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
2. [철학] 자연 및 사회의 객관적 필연성을 인식하고 이것을 활용하는 일.
가끔 길을 걷다 보면,
앞서 이 길을 지나간 이들의 흔적이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 바로 곁에서 함께 걷는 것은 아니나
언젠가 이 길을 먼저 지나간 이들이 느껴지는 순간.
그리고 이 연결된 감각은 이내 벅찬 울림으로 채워진다.
그 첫 기억은 대학 입시 논술시험을 보러 갔을 때였다.
동양철학 전공으로 진로를 바꾸고 치른 재도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19살이나 23살이나 모두 푸르고 싱그러운 나이지만 그땐 '고3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왠지 부담스럽기도 했고 (현실적으로는 동점일 경우 나이 어린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치열하게 준비한 만큼 긴장도 컸다.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고 보니 시험 시작 시간보다 3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있었다. 시험 보는 강의실의 문이 닫혀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고 낯선 캠퍼스를 기웃거리다 다시 정문까지 걷다 보니 저 멀리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의 우듬지와 한옥 건물들이 보였다.
성균관 대학교의 입구에는 그 옛날 성균관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홀리듯 그 안으로 향해보니,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은행나무 한 그루와 '명륜당(明倫堂)'이 있었다. 그 아래에서 준비해 간 책을 읽으며 잠시 긴장감을 낮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곳에서 그 옛날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같은 학자들이 왕래하며 공부했던 건가!"
읽던 책을 덮고 한참 동안 은행나무와 명륜당을 바라보았다.
장소가 주는 여운을 느끼다, 시험장으로 향했다.
마침 오늘도, 이런 생생한 연결성을 느꼈다.
경복궁과 청와대가 내려다 보이는
북한산 '청운대(靑雲臺)'에 올라 성곽길을 걷다 보니
문득, 앞서 이곳을 걸었을 사람들과 함께한 느낌이 들었다.
홀로 나선 길이었지만 하나도 외롭지 않았다.
오늘 청운대의 풍경은,
과거 성균관 앞 은행나무 아래에서 느꼈던 감각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靑雲'
'푸를 청'과' 구름 운'이라는 한자에는 여러 가지 상징이 담겨있다.
靑은 예로부터 맑고 고귀한 색으로,
자연적으로는 새싹과 봄, 생명의 시작이자 젊음을 상징한다. 인생의 봄날과 같은 젊고 힘찬 시절은 '청춘, 청년'이며 '청상과부'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여인임과 동시에 슬픔 속에서도 절제미와 순결함을 품은 말이다.
'청산'은 변하지 않는 가치와 자연의 위엄을 표현한 말이며 '청천백일'은 푸른 하늘에 뜬 밝은 태양처럼
떳떳함과 결백을 상징한다. 그리고 '청사진'이라 하면 미래 구상과 설계, 계획을 뜻한다.
또한 '靑'은 오방색 중 동쪽 방향을 상징하는 색이므로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기운을 담아 희망과 성장의 표상이다.
雲은 하늘 높은 곳에 떠 있으면서도
형태가 있으나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구름은 모였다 흩어졌다 늘 움직이며 변화무쌍하며 바람에 따라 흐르는 존재로 경계나 구속이 없는 것을 뜻한다. 구름처럼 모여드는 것을 '운집'이라고 하며 '행운유수'는 자연스럽게 유유히 움직이는 모습, 마음에 막힌 곳이 없어 시원시원하고 유쾌함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풍운아'는 바람과 구름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시대의 격동하는 흐름을 타고 떠오른 비범한 인물이자, 파란만작한 삶을 사는 사람을 비유한다.
그리하여 '청운'이라는 말에는
'푸른 구름'이라는 단순한 해석 너머
'높은 지위나 벼슬'이라는 속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예전 유교 국가에서는 과거를 통해 벼슬길에 오르고자 하는 지식인의 이상과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학자들은 '청운의 꿈을 품고' 글을 읽으며 공부하여 과거에 응시했다.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높은 이상과 포부, 희망을 품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단어이며 자기 계발, 자아실현, 성공, 리더십 등의 상향적 가치를 상징하는 단어로 풀이할 수 있겠다.
청운대에 오르고 성곽길을 걷는 동안
이곳에 올라 하늘과 나무와 사람들을 보며 꿈을 키웠을 사람들,
성곽을 짓고 외세로부터의 침범을 막고 지키려 애썼을
과거의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
내가 지금 한 발 한 발 밟으며 나아가는 이 걸음도
미래에 이곳을 다녀갈 사람들에게
그러한 가치를 남길 수 있는 삶이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