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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Sep 11. 2022

(30) 뇌 그리고 컴퓨터

하윤의 Resolution

뇌는 하늘보다 넓다. 그것들을 나란히 놓으면, 뇌가 하늘뿐 아니라 당신도 쉽게 품을 테니.

-에밀리 디킨슨




앞서 우리는 우리의 머릿속에 담긴, 세상을 담고 있는 뇌에 대하여 간략히 알아보았다. 지난 백여 년을 톺아보며, 우리에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하여 알려주었던 반짝이는 인류의 지성들을 스쳐 지나갔으며, 그 과정에서 뇌는 일련의 신호를 받고, 종합하여, 전달하는 단위들로(즉 뇌세포 혹은 신경세포) 이루어져 계산을 수행하는 생체 조직임을 알게 되었다.


잠깐, 여기서 번뜩이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잠시 스크롤을 멈추어, 이처럼 작동하는 다른 물체를 생각해보자...



신호를 받고, 종합하여, 전달하기


앞서 설명한 것은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하는 일을 되새기게 한다 ¹. 엄청나게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고, 그 계산 통해 그림을 만들어내고 유튜브의 영상을 추천하고 체스와 바둑의 세계 챔피언을 간단히 이기며, 이제는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는 컴퓨터는 본질적으로 무수한 기본 단위인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진 구조임은 상식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그림 1). 이 트랜지스터들은 무슨 일을 할까? 이 트랜지스터들은 <신호를 받고 종합하여 전달한다>.


그림 1. 체스 그랜드마스터 카스파로프를 1997년에 꺾은 IBM의 <딥 블루>. 본질적으로 수많은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졌다.


컴퓨터의 심장과도 같은 집적 회로를 들여다보면, 초고순도 실리콘 위에 레이저로 각인되어 만들어진 트랜지스터가 배선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현재 팔리는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약 천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가진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 수와 비슷한 것은 기막힌 우연이겠다)². 이 트랜지스터 몇 개는 전기 회로를 통해 결합하여 이진 논리 게이트binary logic gate라고 하는 구조물을 만든다(그림 2).


그림 2. 정보화 교육의 일환으로 이제는 익숙해진 논리 게이트. 간단한 부울 연산을 수행하는 이 게이트들은 컴퓨터의 근간이 된다.


게이트는 두 개의 신호를 받아들여, 한 개의 신호를 출력한다. AND, OR, NOR, XOR 과 같은 몇 종류의 논리 게이트를 순차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연결하면, 비록 한 개의 게이트는 기억할 수도 없고, 더할 수도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연히 인간과 대화할 수 없지만, 수천, 수억,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는 정보를(그러니까, 비트Bit 를) 기억하고, 이러한 값을 산술하여 결과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빅스비나 시리와 같은 존재들은 매끄러운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또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³.



우연 또는 필연



사실 역사적으로, 뇌의 불가해한 복잡성을 간파한 사람들은 그 시대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문명의 기기에 그것을 빗대 왔다. 예컨대 뇌는 스프링과 태엽으로 이루어진 자동 시계라던가, 혹은 유체가 흐르며 일을 해내는 정밀한 배선으로 이루어진 증기 기관으로 그 시대의 첨단을 구가했던 증기 기관에 비견되곤 했던 것이다(그림 3). 그럼에도 뇌는 자동 시계나 증기 기관보다는 컴퓨터와 훨씬 밀접하게 닮은 것처럼 보인다. 둘 다, 아주 작은 기본 구조체로 이루어져 있고, 이 기본 구조체가 신호를 받아들여 통합하여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내고, 이 신호들을 주고받는 '배선' 이 질서정연하게 꼬여 결국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그림 4).


그림 3. 역사적으로 뇌는 당대의 가장 복잡한 기계장치에 흔히 빗대어져 왔다. 톱니에서 반도체로 변화하였을 뿐.


그림 4.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이렇게 생겼을 테다. 머리카락의 수십만 분의 일 수준의 미세한 구조를 레이저로 깎아내어 복잡한 배선도를 만든다(미주 2 참조).


 또한, 우리의 뇌도 컴퓨터의 전반적 작동과 일견 비슷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기의 천재 존 폰 노이만이 1940년대에 설계한 이래 백 년이 다 되어 가도록 우리의 컴퓨터를 떠받치는 기반, 폰 노이만 구조는 간단히 장기 메모리에 들어있는 정보를 꺼내어 그것을 임시 메모리에 담아 순차적으로 연산하고 다시 장기 메모리로 옮기는 형태이다. 우리의 뇌도, 마치 오랫동안 저장되는 장기 기억을 조작하고 다루기 위해 작업 기억이라는 짧게 기억되고 쉽게 휘발하는 작업 기억이라는 임시 공간으로 '불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것은 단순히 우연일까?


실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현대식 컴퓨터는 그 시작이 뇌에서 출발했다. 따지고 보면, 뇌가 컴퓨터와 닮은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뇌와 닮은 것이다. 매컬러와 피츠는 뉴런이 신호를 보내거나(1) 보내지 않는(0) 논리 연산을 할 수 있는 구조임을 수학적으로 보였고(그림 5), 앞서 말한 폰 노이만은 이 논문을 참고하여, 전기가 흐르거나(1) 흐르지 않는(0) 것을 이용한 전기적 논리 연산 구조물을 만들어 최초의 현대식 컴퓨터를 제작했고, 그것을 자신의 최초 논문에서 밝혔다⁴. 또한, 노이만은 인간의 뇌를 닮은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목적 중 하나였으며(1958년, <컴퓨터와 뇌> 라는 노이만의 풍부하고 놀라운 통찰을 담은 사후 저술이 발간됐다), 그에 따라 인간을 모방한 컴퓨터 구조를 고안했다. 앞서 기술된 장기 기억과 작업 기억의 자유로운 전환 또한 노이만이 컴퓨터의 기초 구조를 짤 때 참고한 인간의 사고 능력에서 왔을 것이다.


그림 5. 매클러-피츠의 신경세포 모델. 여러 입력을 받아 처리하여 출력을 내보낸다는 기본적 이론은 현대 인공신경망의 기반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요즘 곳곳에서 툭하면 들리는 '심층 학습(딥러닝)', '인공 신경망' 따위의 기초 개념들 또한 뇌와 생체를 닮았는데, 왜냐하면 그것들 또한 뇌와 신경세포의 구조적, 기능적 특성을 따와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이다⁵. 심층 학습망은 여러 층으로 쌓인 가상의 '신경세포' 층들이 신호를 서로 보내며, 그 과정에서 서로의 연결 강도를 바꾸어 가며 학습하며 외부의 존재를 해독한다. 이것은 동물의 뇌에서 잘 연구된 일련의 시각 처리 시스템에서 보이는 구조다. 마치 겹겹이 쌓인 심층 학습의 레이어처럼, 우리의 시각계는 망막에서 시상을 지나 V1,V2, V4, 하측두피질과 같은 '순차적' 시스템을 따라 이어지며 정보를 처리하여 마지막에는 물체의 정체를 파악해낸다(그림 6). 딥러닝은 이와 같은 뇌의 생체 정보 시스템을 베껴 만들어낸 것이다.


그림 6. 동물의 시각 처리 시스템. 그러나 이와 같은 모식도는 마치 뇌가 단방향적이고 직렬적으로 작동한다는 오해를 갖게 한다. 아래 문단 참조.


그렇다면 정말로 뇌는 컴퓨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컴퓨터를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 더 복잡하게,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어 넣고, 더 빠른 계산을 할 수 있도록 만들면 그것은 우리 머릿속의 뇌와 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을까⁶?



뇌는 컴퓨터인가?


사실, 꼭 그렇지는 않다. 뇌와 컴퓨터는 그 공통점만큼 큰 차이점들 또한 가진다. 컴퓨터는 엄청나게 직렬적이고 순차적인 반면 뇌는 비교될 수 없을 수준으로 병렬적이다. 컴퓨터는 메모리에서 하나의 일을 꺼내어, 그것을 처리한 후, 그 다음으로 넘어간다(동시에 10개의 프로그램을 수행한대도 그렇다. 그저 아주 짧은 시간 간격 동안 번갈아가며 수행하기 때문에 마치 영상을 보듯 연속적이어 보일 뿐이다). 이것을 미칠듯이 빠른 속도로 처리할 뿐, 그 과정은 일부 예외를 빼면 병렬적이지 않다(그림 7).


그림 7. 본질적인 구조로 나타낸 <컴퓨터> 의 작동 구조. 명령에 따라, 메모리에서 명령어를 불러오고, 그것을 처리하여, 다음 명령어를 불러온다. 이게 전부다.


뇌는 반대로 작동한다. 컴퓨터에 비하면 비참할 수준으로 느려터진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지만⁷, 이것들을 동시에 가동함으로써 단점을 해결한다. 우리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통념과는 달리, 우리의 신경세포는 자극이 있을 때는 물론이요 아무런 자극이 들어오지 않을 때에도 끊임없이 활동하며 주어진 일을 병렬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해치워 나가며, 컴퓨터의 직선적 처리와는 달리 끊임없는 앞뒤로의 양방향 통신을 주고받으며 세상을 해독하고 통합해 나간다.


이와 같은 병렬적인 기능을 통해, 뇌는 여러 장점과 특징을 얻는다. 첫째로, 뇌는 이러한 병렬 처리를 위해 다양하게 모듈화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듈들은 서로에게 신호를 주고받으며 동기화될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기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인 <자의식> 을 만들어주는 기제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하네의 말을 빌리자면;



 "컴퓨터는 끔찍할 정도로 편협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중략) 인간의 대뇌 피질은 일련의 모듈화된 프로세서와 유연한 경로 선택을 동시에 포용함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고 볼 수 있다. (중략) 정보는 인간의 뇌에 있는 여러 프로세서를 거쳐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다. 이처럼 정보를 광역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주관적 의식 상태로 경험하는 것이다".


 둘째로, 이와 같은 병렬성은 뇌에게 안정성을 제공한다. 컴퓨터는 단 몇 개의 오류, 아니면 정말 중요한 트랜지스터 단 한 개의 고장으로도 완벽한 먹통이 되어 버릴 수 있지만 뇌는 그렇지 않다. 어떤 신경세포 한두 개가 외상으로, 갑작스러운 산소 부족이나 출혈로 죽었다고 해도 우리는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⁸. 뇌는 순차적이 아닌 병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한 경로가 막히더라도 수많은 대안 회로를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은 세포가 죽거나, 노이즈가 끼더라도 뇌의 신호 처리에 높은 안정성을 부여한다.


두 번째로, 뇌는 컴퓨터와는 다른 유형의 가소성을 갖는다. 뇌를 이루는 시냅스는 모두 다르고, 그것은 우리가 태어나 세상에 젖어가는 과정에서 다듬어지며 만들어진다(그림 8). 우리는 모두 다른 유전자 발현을 갖고 태어나,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산다. 공장에서 찍어낸 컴퓨터 하드웨어와는 달리, 우리 모두의 하드웨어는 다르다. 우리의 시냅스에는 살아온 경험이 담기기 때문이다.


그림 8. 인간의 신경세포 배열. 그것은 생후 2년간 점점 추가되기만 하다가, 2년이 지난 후부터 점점 제거되며 모양이 다듬어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고유한 뇌를 남긴다.



미래를 바라보며


이와 같은 사실들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우리의 뇌는 결코 컴퓨터가 아니요, (커즈와일과 같은 낙관론자들에 반하여) 몇몇 뇌공학자들이 지적하듯 컴퓨터가 짧은 시간 내에 우리의 사고와 자의식 그리고 창의성과 같은 기능을 완전히 모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유사해 보이나, 그 근본은 꽤나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자연을 모방할 때에야, 가장 깊은 뇌의 비밀을 우리는 실리콘 기판 속에서 마주할 수 있을 테다.




미주 Endnote


1. 최초의 '컴퓨터' 는 무엇일까? 약간의 장난과 진담을 섞자면, 그것은 인간이다. 에니악 따위가 만들어지기도 한참 전, 다량의 계산과 산수를 다루어야 하는 곳-천문 관측소, 공학 설계소, 증권가 따위-에는 단순 계산을 정밀하게 반복하고 검산하는 일을 맡은 사람이 있었고, 이들을 계산하는(compute) 사람(-er), 즉 컴퓨터라고 불렀다. 이들은 맨손, 주판, 기계식 계산기를 가지고 하달된 계산을 처리했지만, 전자계산기가 도입되며 이들은 도태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들은 주로 여성이었는데, 역사의 놀라운 발견을 이끌어 낸 장본인들이었음에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들의 공은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여담: 기계식 계산기가 도입되기 전에는 사람들은 무엇으로 계산을 했을까? 네이피어가 정립하고 수많은 수학자가 터를 닦은 로그에 기반한 계산자를 이용했다. 약간의 훈련을 거치면, 계산자는 사칙연산부터 삼각함수, 지수와 로그, 복소수와 이차방정식을 풀어내는 유용하고 믿음직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었다. 청진기가 의사를 상징하듯, 이 계산자는 공학자를 상징하는 도구였었고, 나사가 달에 인간을 보낼 때에도 계산자는 로켓 설계와 항행을 도왔으며, 신경세포의 활성화 모델을 만들던 시기에도 로그표와 계산자를 이용해 사람들은 미분 방정식을 풀었다. 심지어 이 계산자는 달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도 쓰였는데, 아폴로 13호에는 계산을 위해 N600-ES 모델의 계산자가 실려 항로 계산에 쓰였다.


2. 간단히 말해, 이 트랜지스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복잡한 계산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테다. 그래서 반도체 제조기업은 최대한 좁은 공간 안에 많은 트랜지스터를 욱여 넣을 수 있도록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47년의 최초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는 센티미터 수준의 투박한 장치였지만, 좁은 칩에 최대한 많이 집어넣기 위해 작아지고 작아져 온 트랜지스터는 나노미터 수준에 이르렀다(흔히 몇nm 공정이라고 부른다). 규소 덩어리 위에 빛을 이용해 깎아 회로판을 새기게 되는데, 얇게 새길수록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담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젠 너무나 얇아진 나머지, 양자 터널링 현상이 일어날 지경으로 작아져 버렸다. 덕분에 30톤의 무게에도 노이만보다 계산이 느렸던 에니악을 지나, 우리는 가벼운 그램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누릴 수 있게 됐다.


3. 실제로 램은 물론이고, 현대 문물의 빛나는 정점에 우뚝 선 CPU 또한 0과 1 두 개를 받아들여 0이나 1을 뱉어내는 간단한 게이트로 모두 만들 수 있다. 클라크 스콧의 <그래서 컴퓨터는 어떻게 동작하나요?> 와 찰스 펫졸드의 <코드> 에서는 실제로 딸깍거리는 이 스위치 하나를 결합하고 또 결합하고 이어붙여 컴퓨터를 만드는 법을 쉽게 보여준다. 컴퓨터 공학의 놀라움을 엿보여주는 책이니 일독을 추천한다.


4. 간접 출처; 마크 험프리스, <스파이크> 중. 해당 책은 신경세포의 활동을 바탕으로 뇌의 기능을 추론하는 시스템 신경학자인 험프리스가 아주 쉽게 우리가 어떻게 그러할수 있는지에 대해 적은 책이다.


5. 자연을 탐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탐구하기 위한 적합한 기술을 만드는 것은 더욱 그러한데, 그래서 연구자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자연을 이용해 자연을 탐구한다. 원하는 단백질에 정확히 결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항체, 특정 박테리아를 사멸시키는 항생제, 다양한 단백질을 선별적으로 마비시키는 독소, 유전자를 세포에 전달하는 단백질, DNA 서열을 정확히 잘라내는 제한 효소와 크리스퍼, 생체 내에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형광 단백질 등이 모두 그러하다. 이러한 도구를 인간이 자연의 도움 없이 바닥부터 만들어야 했다면,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아직도 한참은 뒤떨어져 있 것이다. 인공 신경망 또한, 자연을 본따 만들어졌지만 결국 그것은 다시 우리의 뇌에 대한 이해를 더하기 위하여 응용되고 있다.


6. 컴퓨터의 연산 속도는 플롭스FLOPS 로 측정되곤 한다. 풀어서 말하면 floating point operations per second,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수이다. 간단히 말해 1플롭스의 연산 성능을 가진 컴퓨터는 초당 1번의 기초적 사칙연산을 진행할 수 있다(인간에게 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처참한 수준일 텐데, 간단한 사칙연산에 10초쯤 걸린다고 하면 인간은 0.1 플롭스의 연산장치가 될 테다). 2022년 6월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인 미국의 프론티어는 1엑사플롭스(1*10^18) 번의 연산을, 그러니까 대략 초당 1,000,000,000,000,000,000 번의 연산을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부동소수점 연산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대략 컴퓨터공학자와 뇌과학자의 적절한 합의와 추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기능을 모사하기 위해선 대략 1에서 100엑사플롭스 수준의 연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슈퍼컴퓨터는 그 문턱을 밟은 셈이다.


7. 이 속도의 차이는 물리적인 근원 구조 차이에서 기원한다. 컴퓨터는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전기장(그리고 전자)를 통하여 신호를 전달하지만, 뇌의 뉴런은 굼뜨게,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거대한 이온을 통해 전기신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컴퓨터는 빠릿하게, 초당 32억 번의 신호를 통하여 (3.2 기가헤르츠 클럭의 경우) 일을 처리하지만 우리의 신경세포는 아무리 몰아붙여 봐야 초당 몇백 번, 보통은 수 번에서 수십 번 펄떡이는 것이 한계일 뿐이다.


8.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심각한 뇌전증(간질 발작) 을 치료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뇌의 절반을 제거하기도 한다. 놀랍게도, 이들 중 일부는 정상적인 아이와 전혀 구분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말랑말랑한 뇌의 가소성이 모든 기능을 반쪽의 뇌에 잘 다져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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