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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이 May 11. 2023

[마음] 마음 편해지는 삶의 태도

내 결정을 내가 신뢰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심플하자


12월 한국에 들어온 이후 삶에 대한 나의 태도는 간단하다.
"심플하자."
복잡할 게 전혀 없다는 거다.
그게 다다.


복잡스럽게 너무 앞날을 걱정하지 말고,
복잡스럽게 남들이 하는 말을 다 수용하려 하지 말고, 또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에는
복잡스럽게 너무 고민하지도 말자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다음 세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지금 이 순간, 현재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이 삶이 내 삶이다. 미래를 살지 말자.”
“내 궁극적인 목표와 핵심가치를 마음에 계속 품고 있자.”
“움직이기로 결정하는 기준은: 1번, 내 궁극적인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며, 2번, 관심이 가는 것. 이 두 가지로 하자.”


사진 오백 장은 찍은 것 같은 브리즈번의 하늘


“지금 이 순간, 현재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이 삶이 내 삶이다. 미래를 살지 말자.”


2022년을 돌아보면 항상 마음이 조급했다.
나의 2022년은 대학병원 인턴을 마친 직후로, 가까운 사람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전형적인 의사의 길에서 빠져나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의 형태를 찾겠다’며 철저하게 길을 잃고 헤매며 보낸 1년이었다.
그럼 그 1년을 통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의 형태'를 찾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대신에, 1년 안에 원하는 삶의 형태를 찾겠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바보같은 생각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원하는 삶의 형태를 찾아낸 후, 그 다음부터 그 삶을 살겠다.'는 생각은 현재를 온전히 살아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 생각 속에서 현재의 시간들은 '원하는 삶'의 일부가 아니라 '원하는 삶의 형태를 가능하면 빠르게 찾아내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경험들을 하면서도 항상 조급했고, 그 다음은 뭘 경험하지? 그 다음은? 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불안정했다. 
그 점이 참 못내 아쉽다.


캄보디아 KOFIH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소 회의실. 한동안 출근도장 찍었던 공간.


천천히, 작은 것부터.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원하는 삶의 형태'라는 것은 쇼핑하듯 한 순간에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며 평생에 걸쳐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유한한 존재인 우리는 마치 쇼핑할 때 상품을 비교하듯 수많은 삶의 형태를 비교하여 원하는 삶의 형태를 골라낼 수 있을 만큼 많이 경험할 수 없다.  
유튜브에서 한 연사가 '삶에서 커다란 부분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작은 것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작은 것들에서부터 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귀기울이는 연습을 하면 점점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 천천히 살아보기로 결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돌아오자마자 피부과 병원에 페이닥터로 취직을 했는데, 사실 피부미용 병원의 페이닥터는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닥터로 취직을 한 이유는: 당장에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면서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나 들여다보기'를 통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꾸려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주 작은 것이라 함은, 밥을 잘 챙겨먹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만은 않은 것들을 말한다. 
천천히, 마음이 시키는 대로. 


페닥이 된 나.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은 가치관 충돌 때문에 처음에는 마음이 꽤나 힘들었다. 뼛속까지 가치충인 탓.


그러면서 '미용병원 페이닥터로 취직해 있는 지금의 삶'을 <미래에 실현될 '원하는 삶'을 위해 잠깐 스쳐가는 과정>이 아닌 <온전한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기로 태도를 고쳐먹었다.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평생 페이닥터로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만약 평생 페이닥터로 살게 된다면 매순간 현재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나의 판단에서일테니. 


이제 페이닥터 생활을 한지도 6개월이 되어 간다. 
꽤나 만족스럽다. 
이제 나는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어떻게 나를 챙겨야 하는지도 안다.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을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확신이라고 하던가.


길을 잃은 것 같아 불안하거나,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다면,
일단 천천히, 나를 들여다보며,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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