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허심탄회한 이야기.
아주 어렸을 때에는 같이 시작한 친구들보다 더 빨리 잘하게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퍼즐이나 글자 읽기 같은 것들이 그랬다.
하지만 머리가 좋다는 류의 칭찬들은 여러모로 독이었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주변인들의 기대에 못 미칠까 한없이 두려웠다. 무엇보다도 나의 <일부 한정된 분야에서의 탁월함>에서 위안과 기쁨을 얻는 주변인들이 있었고, 이는 나를 거세게 짓눌렀다.
결국 나는 자꾸만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었다. 나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잘하는 친구들이 보이면, 단순히 <질투가 난다>는 감정을 넘어서서 두려웠다.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났다.
이렇게 나는 좋아하던 것들을 계속 좋아할 수 없게 되었다.
나이를 먹고 자아를 지독하게 탐색하면서 많이 단단해졌다.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재밌게도 오늘 풋살을 하면서 다시 한 번 그 시절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풋살을 시작한지 1달밖에 안 된 친구들이 이제 두 달이 되어가는 나보다 훨씬 플레이를 잘 하는 걸 목격했다. 참 이게 뭐라고, 어린 시절의 나처럼 심장이 뛰고 불안이 올라왔다.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니 조금 웃기기도 했다. 내가 아직 이 부분이 덜 극복됐구나.
나의 만족감과 즐거움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은 <지난번에 비해 오늘 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있지, 내가 누구보다 빨리 배우는지나 누군가의 기대치를 얼마나 만족시켰는지는 단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지난번에 비해 오늘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집중하게 되면
1. 나의 만족감과 즐거움을 비교적 내 통제 아래에 놓을 수 있다. 반대로 나보다 탁월한 사람의 존재 여부는 완전히 나의 통제 밖이다.
2. 다른 사람들의 탁월함을 보면서 행복하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하며 보고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3. 종종 실질적인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패배감이나 무력감에서 비교적 자유해질 수 있다.
때로 뒤쳐지는 것 같아 초조하더라도 나만의 페이스로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성장에 온전히 기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