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네가 달고 다니던 그 놈이 거기 가 있어. 제가 죽은 방법으로 미나를 죽일거야. 어떤 짓을 하는지 그 귀신놈은 모른다구. 얼른 가서 깨. 늦을지도 몰라…”
“무슨... 말이야!”
“이제 아닌 척 해도 아니란거 너도 알게 되었잖아. 그 미친 술주정뱅이가 아랫도리를 풀어헤친 또 다른 미친 놈을 달고 다니던데... 넌 모르는 일이니?”
윤조는 숨이 막혀왔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그 자리에 멍청하게 서 있는 중이다…
“이럴 시간 없어. 살리고 싶으면 얼른 가…”
“…..아...알...았...어...”
“넌 그 놈을 보내야해...
그렇지 않으면 너도 위험해... 너도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그 놈이 네게 남긴 물건을 묻어버려! 그 자식이 외롭고 괴롭게 타버리도록…!!”
허겁지겁 돌아서는 윤조의 등에 대고 성숙은 소름끼치는 저주들을 소리치고 있었다.
“빨리 문 열라고!! 다 알고 왔다니까!!”
한주가 문 쪽을 돌아보자 이미 윤조는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뭐야!!!!!! 너.... 너….”
“내가 그런 것 아냐. 난 쟤가 나한테 진 빚을 거두러 왔을 뿐이야. 저러기로 마음 먹은건 쟤라고!”
한주도 당황한듯 소리를 질렀다.
“네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래!
너 때문이래 !! 네가.... 자살을 하게끔 한 거래 ……!!”
윤조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건넌건 아냐.... 너 때문이긴 하지만…”
“... 뭐? 그럼 살릴 수 있단거니?”
“그런걸 살았다고 하는지 모르지만...
오늘 죽을 운명인 사람을 하나 찾으면 쟤는 구천은 안 갈 수 있어…”
“대체...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영혼은 건진다고! 저 몸으론 못 살아가지만... 한마디로 영혼을 바꿔치기하는거라고. 잘 될진 모르겠지만. 오늘 죽을 팔자인 사람 하나를 찾아야해. 그건 내 공력으론 안 되고... 양 보살이 모시는 급 정도는 되야 해. 일단 얘 영혼은 상대가 정해지면 제대로 돌아올테지만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몸뚱아리가 필요해. 그러잖으면 제일 불쌍한 영이 되는거야. 한마디로 구천을 밀입국한 신세가 되는거지. 내가 지금 빼돌렸기 때문에.... 그러니 이러나 저러나 꼭 성공해야해. 가능한 시간은 얘가 이리 된 후 만 하루까지.
바보같이 굴지말고 머리를 움직이란 말야. 지금 네가 다 이해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다고! 알아들어?
빨리 성숙인지 뭔지 그 돋보기네 집으로 가자.”
머리가 핑그르르 도는가 싶게 어지럽더니 정신을 차리자 어느 새 둘은 낡아빠진 초록색 대문 앞에 서 있었다. 대문 귀퉁이엔 대나무며 깃발들이 무당집임을 표내느라 자랑스럽게 내걸려 있었고 비틀어진 문 틈 사이로 보이는 좁은 안마당엔 작은 신당이 차려져 있다. 약간 소란스러운가 싶더니 갑자기 대문이 벌컥 열린다.
“찾아올 줄 알았지.
점점 위험한 짓을 하고 있어... 학생... 귀신이랑 엮이는거 아닌디...
어어허! 우리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야이 미친놈아~~~!!!!
왜 누구도 안 시킨 복잡시런짓을 하고 지랄이냐!!!
네 놈이 답을 얻고 싶으면 따라와도 된다만 그게 그리 쉬울것 같으냐 이놈아!
색시! 니도 잘 들어!
아주 위험한 짐승이랑 붙어 다니고 있어. 살고 싶으면 저 놈을 떼야해. 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은거여!!
알아듣간?
아직은 저 놈이 인간적이제?
죽은지 100일이 되기전에 해결 못 보면 저 놈은 상상도 못하는 고통속에서 소멸될것이야. 점점 괴물이 되어갈거야. 저절로 알게 되었군. 산 인간의 목숨을 뺏어야 된다는 것을...
우리 할머니가 하는 말 잘 들었제?
뭘 알고잡아서 찾아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원하는 답을 얻을라면 우리랑 함께 청계산을 가드라고. 나도 신을 불러야 느그가 묻는것에 답을 할 수 있응께. 성숙아! 야! 니는 안 오고 뭣허냐!!”
간단하게 손가방만 챙긴 양보살과 달리 성숙은 주렁주렁 징이며 북이며 굿판에 필요한 짐들을 잔뜩 싸서 넣은 이민가방을 힘겹게 밀며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
“오늘 야 머리 얹는 날이여. 숙명은 피할수가 없응께... 자꾸만 아프고 쑤시고 하니까 그냥 빨리 얹어 버리는게 나아. 어차피 죽어지지도 않고... 그나저나 괜찮은 신이 들어올랑가 몰러... “
졸지에 내림굿에 참석하게 된 윤조는 황당했지만 머리속은 온통 미나 생각뿐이었다. 어떻게든 살릴 수만 있다면... 그런데 정말 가능한걸까... 미나의 몸은 이미 싸늘해져 있었는데…
“육신과 영혼의 사망시간은 항상 차이가 있는법이여.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3일장을 지낸거라구.”
한주는 악담을 한껏 듣고도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담담한 조로 윤조의 질문에 대답을 한 후 턱으로 윤조에게 양보살의 낡아빠진 은색 봉고를 가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