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거절(2)

by Hazelle

귀 뿐 아니라 온 몸의 감각기관이 등 뒤의 전화통화에 집중된다.

“ 아뇨. 그 날 뵈면 되겠네요.

아니요!! 어떻게 그 여자를 데리고 오겠단 말을 할 수가 있는거죠? 우리 모두는 그 여자 뿐 아니라 당신도 보기가 싫어요...

그렇다면 고프레도에게 물어보세요. 그가 만약 바보같이 승낙한다면 나는 그 파티엔 참석하지 않을겁니다.”

불 같이 화가 난 아이가 씩씩대면서 등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 이런 상식밖의 사람이 내 친부라는 사실을 견딜 수 없어. 성을 바꾸게 해달란 말이야! 다 들어서 엄마도 대충 알지? 지금 쟈넷을 데리고 나타나겠단 거야. 형 생일날... ! “

아이는 화가 잔뜩 올라 쿵쿵대며 2층 제 방으로 사라져 갔다.

쟈넷을 데리고 나타나겠다구?

예상 못 한 바는 아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남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 없고, 하고 싶은대로 하는... 그런데 뭐랄까... 이미 예상했던 바라 덤덤하다기 보다는... 나도 아는 그 여자를 다시 한 번 그와 함께 보고 싶기도 하다. 그들이 얼마나 서로 사랑하고 있는지, 여러 사람의 마음을 난도질 내고 쟁취한 그들의 가정은 과연 빛나는지 궁금하다. 내 앞에서 그들은 얼마나 당당할지도 보고싶다. 그리고.. 안다... 이런 나도 정상은 아니란 걸...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이상한 심리. 그렇게 그 둘을 상상하는 것이 끔찍했으면서 차라리 실제로 보고 싶어지는...

살면서 중요한 날이라 일컬어지는 날들이 있게 마련이다. 16세 생일도 그 중 하나다. 껍데기만 훌쩍 큰 아이들은 ‘운전면허’를 손에 쥘 수 있는 그 나이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아이가 전화통화때 마다 아빠에게 차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랄도가 귀담아 들을 것 같지 않다.

푸조에서 나오는 학생용 차를 미리 사두었다.(*속도가 80킬로미터 이상 나지 않는 제한된 차)

아랄도는 그 날 이후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생일날 장소가 될 레스토랑을 물었다. 이미 그에게 알려주었지만 나도 그도 다시 전화해 물어볼 것쯤은 알고 있었다. 사무적으로 장소와 주소를 다시 한 번 알려주니 예상한 대로 그리 비싼 곳으로 예약을 잡았느냐고 투덜댄다. ‘밥값을 낼 양심은 있어서 화를 내는거냐’고 쏘아붙였더니 이내 딴소리를 했다. 그 여자를 데리고 나올 거냐고 물을까 말까 고민중인데 두 놈이 우당탕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났다.

“ 미친 것 아냐? 어떻게 생일에 초대를 할 수가 있어?!!”

아마 고프레도가 쟈넷의 참석을 허락한 모양인지 맥스가 길길이 날뛰는 소리가 들렸다.

“ 솔직히 말해. 아빠가 차라도 사준다고 한 모양이지? “

무시하면서 맥스를 피하던 고프레도의 대답이 궁금한데 한참을 맥스가 다그치자 아이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 데리고 올 수 있게 해주면 차를 주겠다고 했어. 어차피 모르는 사실도 아닌데 대체 우리 앞에서도 당당하고 뻔뻔한지 궁금하기도 하잖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맥스가 육탄전을 벌이려 할 때 마침 퇴근 준비를 하던 끌로에가 뜯어 말린다. 아랄도가 차를 준비하긴 했나보지만 믿을 수 없어 내가 주문한 차는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최악의 16세 생일이 눈 앞에 다가왔다.

남녀의 인연은 끝났어도 아이들이 고스란히 남았기에 피할 수도 없는 그런 어색하고 잔인한 순간들이란 있게 마련이고 불공평하게도 불편함을 느껴야 할 당사자 보다 피해자라 일컬어지는 자들이 또 한 번 아파야 한다는 것이 노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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