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la vida (인생 만세!)
사람마다 여행을 할 때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의 일정이 있다. 나는 여행지 마다 꼭 가야하는 중요한 관광지들은 초반에 먼저 둘러보고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곳은 마지막 날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는 편이다.
멕시코시티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코요아칸에 위치한 프리다칼로 박물관. 멕시코여행 중 유일하게 예약을 하고 찾아간 곳이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칼로의 마을. 다채로운 색채로 가득한 코요아칸.
지금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혁명가이자 화가이지만 그녀가 살아있을 시절에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디에고의 부인으로 더 알려졌던 프리다 칼로. 그리고 나에게는 디에고의 부인이라는 타이틀 보다는 그냥 '프리다 칼로'라는 이름으로 더 깊게 남겨진 그녀.
코요아칸에는 그녀의 그림은 물론 평생을 함께했던 특수 기구와 가구들을 볼 수 있는 그녀의 마지막 집 casa asul(파란 집)이 있다. 소아마비와 교통사고의 영향으로 평생을 코르셋, 특수기구들과 함께하는 육체적인 고통과 남편 디에고의 여성편력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과 평생을 함께했던 그녀의 그림은 유독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자화상이 많았다. 파란 벽과 잘 가꾸어진 정원,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들과 대비되는 고통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기구와 가구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은 아름답다라기보단 절망스럽다 라는 말이 어울렸다.
프리다칼로는 절망을 예술로 이겨낸 희망의 아이콘으로 멕시코의 상징이 되었다. 코요아칸은 물론 멕시코의 어느 지역을 가도 프리다칼로의 개성적인 얼굴이 새겨진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생전 남편 디에고의 유명세에 가려져 큰 주목을 못 받았던 그녀는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한 적이 있었을까. 고통과 절망을 그렸던 그림들이 자석과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이 되고 본인의 얼굴이 캐릭터가 되어 상품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녀는 행복할까. 아님 본인의 절망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눈치채 버렸다는 까닭에 또 다른 고통을 느낄까.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도 Viva la vida! (인생 만세!)를 외치며 도전적으로 살아 희망의 아이콘이 된 그녀의 삶은 정말 행복했을까.
"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