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미짱은 선포했다. 우리가 심리적 독립을 이루어야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코끝이 찡하고 슬퍼 오면서도 어딘가 해방감이 들기도 했다. 그때까지 나와 미짱의 관계는 예속이랄까, 속박이랄까. 미짱은 겉으로는 날 구속하는 일을 지향하지 않는 듯 보이면서 실상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나를 조종하고 있었다.
조종이라는 말이 주관적이기도 하고 편파적이기도 하다. 이렇게 쓰니까 되게 부정적으로 느껴지는데, 강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심지어 조종하고 있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면서도 누군가를 원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미짱에게 예속되어 있던 시절을 떠올려도 엄마가 나를 많이 구속하는 사람이라고 자각하진 못했다. 그저 내가 엄마가 너무 좋으니까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나도 미짱도 어느 정도 무서워한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도 상대방을 옭아매고 조여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좀 그렇다.
그 시절 우리는 좀 한 몸이었다. 물리적으로도 그렇게 느꼈다. 내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나면 미짱의 마음은 무너졌고 미짱이 조금만 화를 내도 내 심장은 얼어붙었다. 그리고 내가 미짱이 모르는 무언가를 하는 일은 용납되지 않았다(사실 미짱은 내가 모르는 많은 일을 했기에 예속은 내 쪽이 된 게 맞다). 그래서 독립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지점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오랜 독립의 과정을 거쳐,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나는 미짱이랑 내가 아무리 건강하게라도 떨어지게 된다면 슬프고 외로워질 줄 알았는데 지금의 관계가 싫지 않다. 오히려 계속 예속되어 있었으면 사이가 나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서로 모두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잘 지내는 사이였으면 좋겠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