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글] 27_ 달 달 무슨 달

by 벼르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달이다. 난 별, 동생은 하늘, 강아지는 달이다. 따로 떨어져 있으면 비교적 흔한 이름들인데 우리 세 자매는 붙어 있으면 훨씬 예쁜 이름의 집합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을 소개할 때 내 동생과 강아지 이름까지 엮어서 소개할 때가 많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는 사진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랑거리이기도 한 나의 반려 강아지는 사실 우리 집에서 상당한 사고뭉치이다. 실제로 나는 달이와 함께 살면서 비출산을 확실히 다짐했다. 생명 하나를 집에 들이는 일이 얼마나 거대한지 나의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미처 알지 못했다.


모두가 이야기하는 책임감 문제가 있다. 강아지는 스스로 밥을 챙기거나 청소를 하지 못하므로, 언제나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어디 멀리 여행을 가는 건 꿈도 못 꾸고, 장시간 집을 비우는 일도 사실 지양해야 한다. 나는 자취를 시작하며 그 책임감에서 어느 정도 도망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가족여행을 계획하거나 집이 빌 일이 생길때 함께 머리를 싸맨다. 우리 달이는 예민한 편이어서 환경이 바뀌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강아지 호텔 등에 보낼 수도 없고, 가족이 전부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친구를 집으로 불러서 시터 비용을 지불했다. 그런데 까다로운 우리 달이는 마음에 들어하는 친구도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지금껏 달이가 얌전하게 같이 지냈던 친구는 둘뿐이다. 이런 경우는 강아지와 함께 살기 전엔 상상도 못 했다.


또 반려동물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훈육이나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아니고, 성격이나 기질을 예측하거나 고를 수 없다. 달이가 이렇게 예민한 강아지일 줄, 같이 살기 전에 어떻게 알았겠나. 달이는 우리를 처음 만날 때부터 폴짝폴짝 뛰며 배를 뒤집는 애교쟁이였다. 물론 지금도 애교는 많다. 우리가 편해져서 성질도 있는 대로 부릴 뿐이다. 달이의 기분이 얼마나 들쭉날쭉하냐면, 같이 누워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돌연 기분이 나빠지면 으르렁거리다 문다. 우리 가족은 달이의 기분이 안 좋을 때 물리지 않고 집안을 이동하기 위해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이렇게 쓰면 내가 달이를 미워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마음이 커서 더 문제다. 이 아기와 도대체 어떻게 이별하나 싶어서 말이다. 높은 확률로 나는 달이를 먼저 떠나보낼 것이다. 다른 반려동물이라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아니라면 더 문제다. 혼자 생존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의 반려인간은 무조건 얘보다는 오래 살겠다고 한 번쯤은 다짐해본 순긴이 있을 것이다. 달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날을 미리 생각하면, 어떻게 잊어야 할지 벌써 아득하다. 나는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고 또다른 반려동물과 연을 맺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물론 물건처럼 갈아치우는 경우는 예외다. 충분히 아파하고 애도하고 나서 아픔을 딛고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일을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강아지를 오랫동안 만져보지 않은 사람들은 강아지 배에는 털이 없고 민둥맨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배에도 털이 있다. 양털같은 복슬복슬한 털이 아니라 따뜻한 물풍선이 솜사탕으로 덮인 듯한 털이다. 달이는 기분이 좋으면 바닥에 누워 만져달라 끊임없이 요구한다. 장난으로 손을 떼고 가만히 쳐다보기만 하면 옆눈으로 쳐다보며 내 쪽으로 배를 슥 내민다. 가능한 오래 그 배를 만지고 싶지만, 그리고 나는 달이의 배를 만지는 일을 매우 좋아하지만, 달이 이후에는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다시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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