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들이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서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네잎 클로버 찾기였다. 나는 수많은 세 잎 사이의 네 잎을 찾아내는 데에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 네잎 클로버를 쉽게 찾아내려면 섣불리 허리를 숙여서는 안 된다. 멀리서 글을 읽듯 한 줄씩 이파리 뭉치를 스캔해야 한다. 가까이에서 하나하나 찾으면 절대 네잎 클로버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째려보다 보면 수많은 '망' 사이에 '방'이라는 글자가 있을 때 찾아낼 수 있는 것처럼 네 개짜리 잎뭉치가 뿅 하고 눈에 띈다. 바로 그때만 허리를 숙여 그 송이만 집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친구들은 묘기를 보는 것처럼 박수를 치며 신기해했다. 마치 네잎 클로버들이 나에게만 눈에 띄려는 의지가 있는 존재들인 것처럼 나를 행운 요정 취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잎 클로버를 잘 찾아내는 건 그저 관찰력과 집중력의 산물일 뿐, 나에게는 어떤 특별함도 되지 못한다. 그건 그냥 글을 빨리 읽는 것과 같아서 지금도 찾으라면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솔직히 나에게 뽑기나 추첨 운은 오히려 무(無)에 가까워서, 친구들이 빵을 먹고 희소하거나 귀여운 스티커를 찾아낼 때 내 손에는 흔하고 못생긴 스티커만 들어왔다. 우리에게 스티커는 하나의 재화였고, 우리는 스티커를 교환하기 위해 돈 빼고 모든 교환 수단을 동원했다. 돈은 왠지 모르게 반칙이었다. 귀엽고 희소한 스티커를 얻으려고 우리는 서로의 청소를 대신해주고, 제티를 양보하고, 숙제를 도와줬다. 나의 가장 값지고 흔한 재화는 네잎 클로버였다. 희소하면서도 깨지기 쉬운 재화였다. 잎 네 개의 모양이 고른 클로버의 고개를 살짝 돌려 책에 하루 정도 살짝만 말리면 가장 좋은 교환 수단이 되었다. 조금만 잘못 만져도 잎이 찢어져버렸고, 조금만 오래돼도 빛이 바랬다. 싱싱한 네잎클로버를 매일 두세 송이씩 수급해 귀여운 스티커를 수급하는 건 내 낙이었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일이 없는, 그저 우리 동네에서 초딩으로 새천년 시기를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법한 유년기의 추억이다. 그 좁은 동네에서도 탐험할 곳이 늘 남아있어서, 나는 종종 새 풀밭을 찾아다녔다. 학생들이 매일 몇백 명씩 지나다니는 길목에 보란 듯이 있는 클로버 밭에선, 아무리 네잎 클로버를 잘 찾는 나라도 절대 잎 네 개짜리 클로버를 찾아낼 수 없었다. 누구라도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면 보이는 족족 채집하는 통에 씨가 말랐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잘 가지 않는 사각지대는 다르다. 아무도 모르는 장소야 없었겠지만, 아이들이 잘 모르는 장소는 언제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풀로 된 울타리 너머에 클로버가 잔뜩 있는 풀밭을 발견한다. 들어가는 문은 잠겨 있었고, 울타리를 넘기엔 내가 너무 작았다. 애타게 저 너머의 풀밭을 바라보며 뺑뺑 돌다가 개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지금이라면 절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크기였다. 그때의 나에게도 크진 않아서, 머리를 먼저 밀어넣고 옷에 흙을 묻혀가며 겨우겨우 기어들어갔다.
이렇게 생긴 파이프 하나(아직도 이 우산 뒤꽁무늬같은 파이프가 무슨 용도이지 모른다)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작은 공터였다. 나무도 키큰 식물도 없어서 모든 이파리가 햇살 샤워를 하고 있었다. 공간 자체가 신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안의 작은 정원 같은 반짝임이 너무 예뻐서 살짝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곳에 간 목적은 분명했다. 학원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여유 시간은 15분. 그 안에 하루치 클로버를 찾아 다시 낑낑거리며 밖으로 나가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클로버 밭을 노려봤다. 그런데 깜짝 놀랄 광경이 보였다. 그 안의 한 지점에는 세잎 클로버가 하나도 없었다. 네잎 옆에 네잎, 또 네잎, 네잎 클로버뿐이었다. 나는 도대체 어디까지 네잎만 보이는 건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보다가, 욕심내지 않고 서너 개만 채집해 그곳을 나왔다. 1년 정도는 새 풀밭을 찾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 공터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나만 아는 장소로 두고 싶으면서도 입이 근질거렸다. 분명 모두가 알면 네잎 클로버의 희소성이 크게 떨어질 터였다. 하지만 이 경이로움을 혼자 안에 품고 있기에도 나는 너무 작았다. 당시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네잎 클로버의 가장 큰 수요자인 단짝에게만 이 비밀을 전하기로 했다.
"있지, 나 네잎 클로버만 잔뜩 있는 풀밭을 발견했어. 거기엔 세잎 클로버가 오히려 드물어."
"그런 데가 있어? 진짜?"
"진짜야, 어제 우연히 찾았어. 이따 같이 가볼래?"
"좋아!"
우리가 그날 시계를 몇 번이나 쳐다봤는지 모른다. 아마 내 심장의 쿵쾅거림만큼이나 내 친구도 두근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을 지나 길을 건너 우리는 그 공터를 다시 찾았다. 나는 내가 찾아낸 개구멍에 슬쩍 눈길을 보냈다. 과연 이런 곳이라면 아무도 모를 법하다며, 내 친구는 흥미롭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날처럼 낑낑대며, 우리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날이 흐려서 그런가 분위기가 전날과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도 돌연변이 식물이 가득하던 그 지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클로버는 많았지만 전부 세잎이었다. 친구는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뭐야. 여기 다른 데랑 똑같잖아."
"아니 그게, 어제는 분명 딱 그 지점이 있었거든."
"예쁘긴 하네 여기. 아무튼 데려와줘서 고마워."
친구가 착해서 다행이었지만 나는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 그 공터는 전날 내가 봤던 장소와는 너무 달라져있었다. 왠지 신비스러움도 사라져있었다. 우리는 왠지 모르게 누군가와의 게임에서 진 기분으로, 풀죽은 얼굴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내가 꿈을 꾼 건지, 뭔가 잘못 본 건지 믿을 수가 없어서 다음날 그곳을 다시 혼자 찾아갔다. 개구멍은 매번 힘들었지만 호기심이 훨씬 컸다. 다음날 다시 본 공터는 또 놀라운 광경을 보여줬다. 그곳은 다시 신비스러운 공간이 되어 있었다. 네잎 클로버도 잔뜩 있었다. 왜 혼자 올 때와 친구랑 올 때가 다른 장소 같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밖에 이곳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답답했다. 그렇다고 데려갔던 그 친구를 또 데려갔다가 실망스러운 광경을 또 보이면 그 친구에게 난 완전히 양치기 소년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는 오빠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한 번만 같이 가달라고 졸랐다.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났고 오빠는 날 비웃었다. 그 이후로 나는 다른 사람을 그 공터에 데려가지 않았다.
한동안 그 공터는 내 아지트였다. 나는 여유 시간이 날 때마다 그 공터를 찾았다. 네잎 클로버를 얻으러 갈 때도 있었고 그냥 예쁜 곳에서 쉬고 싶어서 갈 때도 있었다. 그러다 슬그머니 우리의 성장과 함께 스티커 교환 문화가 사라졌고, 네잎 클로버도 더이상 크게 쓸모있는 재화가 아니어서 점점 그 공터를 찾지 않게 되었다. 중학교 때였나, 문득 생각나서 공터 쪽을 슬쩍 보니 개구멍은 막혀 있었다. 클로버 밭이 보이나 까치발을 들어 보았지만 그렇게 멀리서는 아무리 나라도 네 잎인지 세 잎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직도 모르겠다.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지어낸 작은 거짓말을 자라면서 완벽하게 믿게 되어버린 것인지, 자연이 나에게만 보여주려던 작은 선물인지, 그것도 아니면 공터가 두 개였는데 다른 사람을 데려갈 때만 다른 공터로 잘못 데려간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클로버 밭에서 뒹굴며 맡던 풀 냄새만은 아직도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