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글] 53_ 봄 캐롤

by 벼르

어떤 사람들은 한곡 반복으로 노래를 듣겠지만, 나는 한 번에 딱 한 곡에만 반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일 플레이리스트에서 곡을 빼고 추가하는 업데이트를 거치며 하루에도 수십 곡을 넘게 듣는 나라서, 요즘 듣는 곡을 크게 묶어 소개하도록 하겠다.


1. 봄 캐롤의 정석

누가 나에게 봄에 딱 한 곡만 들을 수 있다면 어떤 곡을 고르겠냐고 하면, 나는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 그리고 오마이걸의 <다섯 번째 계절> 중 선택하지 못하고 머리를 싸맬 것이다. 피어나고, 벅차고, 어딘지 아련하면서도 밝고 희망찰 것이 봄 캐롤의 조건이다. 나는 봄 캐롤의 리스트를 매년 업데이트한다. 봄과 지겨움이라는 단어는 같이 있으면 어색하기 때문이다. 한 해를 돌아 다시 들어도 반가운 곡도 좋지만, 새로 발견한 곡이 항상 가장 봄 같다고 느낀다. 그리하여 올해 발견한 노래는, 아일리원의 <아젤리아>라는 곡이다. <다섯 번째 계절>을 작곡한 Steven Lee가 요즘 도통 오마이걸의 곡을 작곡하지 않아서, 근황을 찾다가 발견하게 된 곡이다. 벅찬 화성과 전조, 분위기,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의 목소리까지 모조리 봄 같은 곡이다.

(사실 해당 작곡가님이 오마이걸에게 곡을 주지 않는다고 항상 투정을 부렸는데 마침 어제! 함께 작업한 곡이 나왔다. 나의 봄 캐롤 리스트에 또 한 곡이 추가되었다.)


2. 중간고사 시즌에는 역시 비트를 때려박아야 한다

아침에는 뇌를 깨우려고 최대한 시끄러운 노래를 듣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드 록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아이돌 노래 중에서 비트가 빠르고 가사도 힘이 나는 그런 노래 말이다. 달리기할 때 듣는 곡의 리스트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 요즘 등굣길 첫 곡으로는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를 주로 듣는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힘을 좀 내어보자는 가사를, '반복되는 하루에 시작이 되는 이 노래 네 옆에서 불러주겠어'라는 말을 하는데 힘을 안 낼 도리가 없다. 온앤오프의 <Show Must Go On>, 그리고 샤이니의 <Atlantis> 역시 텐션이 떨어질 때 들으면 언제든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게 도와주는 곡들이다. 이 섹션에서도 요즘 추가되어 매일같이 듣고 있는 노래를 꼽자면, Lightsum의 <Popcorn>이 있다. 그 곡의 1분 정도 지점에 나오는 끝내주는 전조를 들으면 좋아서 기절할 것 같다.


3. 겨울의 흔적

사실은 겨울에 들어야 할 노래이지만 좋아서 아직도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곡도 있다. 대표적으로 레드벨벳과 에스파가 부른 <Beautiful Christmas>가 있는데, 가사부터 슬레이벨 소리까지 너무나 캐롤이어서 요즘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다. 내가 플레이리스트에서 곡을 빼는 방식은, 랜덤재생으로 곡을 듣다가 이건 당분간 그만 듣자 싶으면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곡은 맨 처음의 'Hold on~'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통에, 그래 한 번만 더 듣고 나중에 빼지 뭐 하고 생각하고는 봄이 다 깊어지도록 리스트에 남아있다. 같은 이유로 윤하의 잔잔한 곡들도 리스트에 남아있다. 나는 격하게 절절하거나 밝고 통통 튀는 노래만 좋아해서, 잔잔하고 느린 곡은 좋아하는 가수여도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콘서트 가기 전에 모르는 노래를 죄다 익히고 가겠다고 리스트에 넣어 두었다가, 새로운 매력을 알게 되어 남아있는 몇 곡이 있다. <사계>와 <Lonely>는 같은 앨범에 있는 곡들인데, 이제 안 게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 좋다.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노래를 듣다 보니 누가 노래 취향을 물어보면 좀 곤란하다. 길에서, '지금 뭐 들으세요?' 하는 콘텐츠에 출연하게 되는 상상을 가끔 하는데... '스테이씨의 <Poppy>요. 앗 아니 죄송합니다 노래가 넘어갔네요. Avril Lavigne의 <My world>요..' 이러면 좀 웃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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