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좋아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인 이유라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 특히 가장 최근에 친구들과 한 등산은, 비록 내가 짐짝이 된 느낌에 미안해서 기절할 것 같았지만 함께여서 참 좋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다. 산에서 내려와 마시는 막걸리도 정말 끝내줬다. 하지만 내가 등산을 좋아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탈의실과 샤워실
왜 사람들은 바다에서 수영하고 나면 즉시 씻으려 하면서 등산이 끝나고서는 그럴 필요성을 덜 (또는 못) 느끼는 걸까? 나는 선천적으로 땀이 적은 사람이라, 땀에 젖은 상태가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몸이 땀으로 축축한 그 상태를 잘 견디지 못한다. 아무리 땀이 적어도 불규칙한 산길을 한참 올랐다 내렸다 하면 필연적으로 땀이 난다. 운동하고 나면 바로 씻기를 원해서 나는 여행지에서 즉흥적으로 뛰지도, 세면 도구가 없는 상태에서 운동 시설을 이용하지도 못한다. 심지어 산은 대부분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씻지 못한 채로 집까지 돌아와야 하는 길이 너무나 고역이다.
2) 페이스가 맞는 친구
위에도 언급했지만 짐짝이 되는 느낌은 참 별로다. 어릴 땐 나도 나름 날다람쥐였는데, 그건 그냥 나이에 비해 오르막을 잘 오른다는 거였고 그이상 발전이 없다. 솔직히 처음부터 느리게 가면 멈추지 않을 자신은 있다. 그런데 페이스를 조금만 높이면 쉬었다 가야 하는 상태가 된다. 그런데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나보다 기본적인 페이스가 빠르고, 나와 페이스가 맞는 친구들은 등산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혼자서 등산하기를 선택할 만큼의 인간도 아니다.
3) 내리막길에 대한 거부감
어릴 때 내리막길에서 크게 넘어진 적이 있어서, 내리막길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다. 오히려 오르막은 괜찮은데 내리막에선 마음이 얼어 버린다. 게다가 바닥이 흙이나 시멘트 길이 아니고 돌길이라면 더 그렇다. 붙잡고 내려갈 탄탄한 무언가가 없다면 안 그래도 느린 걸음이 더 느려진다. 저번 등산에서도 친구가 등산 스틱을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산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 내리막길에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그건 기본이다. 조심하다 못해 무서워서 덜덜 떤다.
그래도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멋지다. 예전에 교육학 교수님이, '학교가 없다고 교육이 없을까?'라는 질문의 연장선으로 '산이 없다고 사람들이 등산을 안 할까?'라는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어쨌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어딘가 오르는 행위를 어디에서건 했을 거라는 뜻이다. 다시 내려올 것임에도 오르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