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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보보봉 Oct 03. 2022

서점에서 책 읽으면 안 돼요?

여기는 서점인가 북카페인가






나는 동네서점의 소식을 블로그와 SNS으로 접한다. 이번에 어떤 신간을 입고했는지, 요즘 유명한 작가의 북토크가 언제 열리는지, 고전이나 최신에 출간된 책을 읽는 독서모임 소식을 본다. 간혹 가다 동네서점 계정에서 서점에 방문한 손님에 대한 일화를 올리기도 한다. 훈훈한 경험을 담은 이야기도 많지만 가끔 진상 손님들의 이야기를 보면, 서점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느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예의 없는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진상 손님에 관한 기준을 세우기가 애매하다. 이 애매한 행동 중 하나가 서점에서 책을 읽는 것이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려면 일단 내용을 대충이라도 훑어봐야 되니까 직접 책을 만지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게 왜 진상짓인 것일까? 우선 이미 구매한 책을 읽는 행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돈을 지불하고 그 책은 손님의 소유가 되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 이 글에서 책 읽는 행위는 ‘구매 전에 서점에서 책 읽기’에 한정한다.






책을 고르기 위해 책장에서 책을 훑어보는 것은 괜찮다. 이것까지 금지하면 굳이 오프라인 서점에 방문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책을 책장에 가져와서  테이블에 앉아 정독하는 것은 어떨까? 큰 대형서점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는 도서관처럼 사람들이 책을 정독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여러 권 쌓아놓은 채 한 권 씩 읽기도 하고, 어떤 분은 책의 내용을 사진으로 찍거나 본인이 가져온 메모장에 옮겨 적기도 한다.


물론 책에 손상하거나 책 내용을 사진으로 찍으면 직원들이 주의를 준다. 그러나 수많은 손님을 뭘 하는지 직원들이 매번 관찰하기 쉽지 않고, 대형서점 입장에서는 이런 손님들 조차 한 명의 고객이라 쫓아내기 어렵다. 게다가 북카페형 서점도 등장하면서, 서점에서 구매하지 않은 채 책을 완독해도 대형서점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의 손 때가 많이 탄 도서관이나 헌책방의 책과 달리, 서점 책은 비교적 깨끗하다. 책에 낙서하거나 찢지만 않고 책을 읽으면, 대형서점은 그 책 그대로 팔 수 있다. 손님이 책을 손상해도 대형서점은 그다지 염려하지 않는 것일까? 우선 출판사는 대형서점에 책을 위탁하고 후에 정산해서 돈을 받는다. 쉽게 말하면, 서점에서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받고, 책이 판매되는 대로 출판사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문제는 위탁한 책이 손상되면, 서점은 출판사에게 그 책을 반품한다. 반품된 책이 많을수록 출판사는 큰 손해를 본다.


동네서점의 사정은 어떨까? 독립출판물 위주로 판매하는 동네서점이라면 책을 위탁 판매하겠지만, 기성 출판물을 들여놓은 작은 서점은 그렇지 못한다. 출판사 입장에서 작은 서점에서 책이 얼마나 팔릴지 모르기 때문에, 몇몇 유명한 서점을 제외하고는 위탁판매를 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다수의 동네서점은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거나 유통업체를 통해 책을 직접 구입해서 판매한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동네서점의 책은 대부분 사장님 돈으로 구매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서 오후 1시쯤에 서점에서 식후 독서를 하는 남성이 나온다. 손님은 구매하지 않은 두꺼운 책을 며칠에 나눠서 조금씩 읽고 간다. 이 모습을 서점 측에서는 지켜보다가 “긴 시간에 걸쳐 책을 다 읽으면 책이 손상된다”라고 주의를 준다(103쪽). 손님은 자신이 했던 행동이 부끄러웠는지 자신이 읽었던 책을 포함해서 여러 권을 구매하고 떠났다.


서점에서 책을 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도서관처럼 책을 작정하고 읽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손님이 책을 조심스럽게 읽었다고 해도 샘플북이 아닌 이상 새 책에 손 때가 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명의 사람들의 손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고 책 표지 상태가 닳아있으면 더 이상 그 책은 새 책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방문했던 서점 중에 북카페형 서점이 있었는데, 그 서점은 판매하는 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료로 읽어볼 수 있게 한 곳이었다. 손님들은 커피나 디저트를 먹으면서 서점의 책을 도서관 책처럼 빼서 읽고 있었다. 당연히 그곳에 있는 책들은 상태가 다 안 좋았다. 오죽하면 새 책인데도 동행인이 중고책 같다고 할까? 솔직히 나도 상태가 안 좋은 책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종이 책은 꽤 손상되기 쉽다. 아무리 잘 다룬다고 해도 사람이 읽은 흔적이 남는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서점에서 책을 조심스럽게 다루자. 그래야 다른 손님들도, 서점 사장님도, 출판사도, 책을 쓴 저자도 마음이 편안할 테니까.






참고자료

김기중. “서점 -> 출판사 책 반품 처리비 연 63억 원”. 서울신문. 2021.6.27.

김용운. "대형서점 변신에 독자는 ‘웃고’ 출판사 ‘울고’". 이데일리. 2016.4.19.

남경식. "혁신 서점 ‘아크앤북’, 출판사에 갑질?…출판계, “봉이 김선달” 비난". UPI뉴스. 2018.12.12.

이지안. “위탁판매가 뭐길래… 서점 망할 때마다 출판사 휘청인다”. 세계일보. 2021.6.21.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클레이하우스. 2022.


이미지 출처

Photo by Hatice Yardı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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