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를 근간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동네서점
블로그에 서점 리뷰를 하고 나서 끝에 #동네서점 #동네책방 #독립서점이라고 태그를 적는다. 기왕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접할 수 있도록 최대한 태그를 많이 달아두는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도대체 독립서점과 동네서점의 차이가 무엇일까?
예를 들어, A구에 (가) 서점이 있고 (나) 서점이 있다고 치자. (가) 서점은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고, (나) 서점은 영세한 개인 서점이다. 두 군데 다 A구에 있으니 (가)와 (나) 서점은 A구 지역 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A구 지역서점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동네서점은 (나) 서점 밖에 없다. 왜냐하면 (가) 서점은 A구에 있지만 프랜차이즈 대형서점의 가맹점이기에 똑같은 서점이 B, C 그리고 D구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독립서점은 어떤 곳일까? 이번에는 A구에 (나)와 (다) 서점을 비교해보자. 둘 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나) 서점은 기존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팔고, (다) 서점은 개인이 직접 제작한 독립출판물*을 판다는 것이다. 『동네책방 생존 탐구』(이하 『동네책방』)에 따르면 국내 독립서점은 “독립출판물만을 주로 다루는 책방”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27쪽), (다) 서점이 독립서점이라 할 수 있다.
*독립출판물은 원래 개인이 작성부터 편집까지 마치고 인쇄한 책을 지칭한다. 본래 ISBN(국제 표준 도서 번호) 등록이 안 된 책들을 독립출판물이라 했지만, 지금은 작가 본인이 1인 출판사를 차려 ISBN 등록을 거친 책들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을 다녀보면 기존 출판사의 책들도 꽤 많이 들여놓는다. 어떤 서점이 동네서점이고 독립서점인지 구분하기 참 애매하다. 그래서 『동네책방』와 같은 서점을 다룬 책에서도 동네서점과 독립서점을 혼용해서 쓰기도 한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서 말하는 동네서점은 이렇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서점 및 학습참고서 판매 중심의 중·소형 서점과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단행본 도서를 주로 취급하여 지역 사회를 근간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은 책방(『동네책방』에서 재인용 28쪽).
상당히 포괄적인 뜻을 담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동네서점의 이미지와 딱 맞아서 마음에 드는 정의다. 인용에 따르면, 동네서점이 ‘지역 사회를 근간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점이 책만 판매하는 것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요새 서점에서 과연 책만 판다고 할 수 있을까?
책도 팔면서 카페도 겸업하는 동네서점이 많다. 어디 커피만 파는가. 책을 읽으면서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동네서점도 있다. 평소에 일에 찌들어 책 한 권 읽을 여유가 없는 직장인을 위해 숙박도 같이 제공하는 북스테이도 있고, 나만의 책을 처방받을 수 있는 독자 맞춤형(?) 서점도 있다. 게다가 동네서점에서 정부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무료 강의도 들을 수 있고, 좋아하는 작가의 북토크와 강의에도 참여할 수 있다. 독서모임은 물론 글쓰기 모임을 통해서 나만의 책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반기는 사람도 있고 씁쓸해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경우, 동네서점을 중심으로 독서문화를 증진하고 지역 문화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좋아한다. 서점 대표는 지원사업을 통해 행사비용도 절감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점을 찾을 수 있도록 홍보를 할 수 있고, 정부는 서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 성인 독서율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 동네서점 모임이라도 해서 약간이라도 독서율을 높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인 독서율에 대한 기사로 http://www.newsnbook.com/news/articleView.html?idxno=5378 참조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동네서점의 변화를 그리 좋게 보진 않는다. 사람들이 카페형 서점을 방문하면 대다수는 그곳을 북카페로 생각한다. 보통 독서율 증진은 직업, 나이, 성별,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도서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점도 독서율에 따라 영향을 받지만,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상업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료 강의, 북토크, 독서모임을 많이 진행하는 서점은 각종 모임을 위해 장소를 제공하는 곳으로 보이기도 한다.
대다수 서점들의 주 수입이 책이 아닌 음료, 숙박, 부업과 같은 부수적인 것에서 얻는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불만을 가져도 굳이 손님들이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는다. 모름지기 서점에서는 책을 판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현상을 반기지 못할 것이다.
사실 나는 서점이 꼭 책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점에서 음료를 팔든, 독서모임이나 강의를 마음껏 진행해도 상관없다. 단지 서점에서 무엇을 하든, 해당 서점 만의 ‘책 문화’가 느껴졌으면 좋겠다. 서점에는 손님들이 책과 함께 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참고문헌
한미화. 『동네책방 생존탐구』. 혜화1117, 2020.
전혜정. "성인 독서율 '뚝'..."일 때문에 안 읽는다"", 『NEWS N BOOK』, 2022.01.15.
이미지 출처
Photo by Christian Wiedig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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