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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보보봉 Aug 12. 2022

동네서점에 친구와 가지 않는 이유 2편

때론 이런 경험 나쁘지 않아






이전 편과 이어집니다.






저번 글에는 동네서점이 찾기 힘들며 계단이 많다는 점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에 골목에 있고 계단이 많은 곳이 동네서점만 있는 것도 아니며, 비싼 임대료 때문에 잘 안 보이고 접근하기 불편한 곳에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글은 전편의 글보다 부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익숙한 사람이 동네서점을 처음 갈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이 글은 여러 서점들의 특징을 섞은 부분도 있고, 모든 동네서점이 이 글에 언급된 특징을 다 갖추지 않았다. 






3. 조금 더 세심하게 이용하자



친구와 동네서점을 책을 읽고 대화를 하고 싶은가. 우선 동네서점의 문을 열게 되면 조용한 분위기가 우리를 반겨준다. 내 블로그 이름인 ‘서점 속 고요’처럼 동네서점 안은 고요하다. 


유명 대형서점은 백화점이나 쇼핑몰과 가까이 있어 사람들이 많고 시끄럽다. 반면 동네서점은 손님도 많이 없고 책방지기 혼자만 있는 경우도 많다. 마치 도서관에서 정숙하며 정독해야 하는 분위기 같다. 책방지기는 혼자 책장을 천천히 구경하며 책을 훑어보는 사람에게 굳이 말을 걸지 않고 모른 체 본인 일을 한다. 


월터 J.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인쇄의 발달이 "조용한 한구석에서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는, 따라서 아예 목소리를 내지 않고서도 읽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라고 말한다(210쪽). 옹의 말처럼 우리가 책을 볼 때 떠들면서 낭독하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각자 책장을 넘기며 독서를 한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이 많으니 소리 없이 조용한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서점은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책을 사는 곳이라, 엄밀히 말하면 도서관 수준으로 조용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대형서점에서 어린이 책 코너에 아이들이 떠들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듯이 말이다.  


물론 동네서점 사장님 중에 손님과 소통하길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시끄럽게 떠들어도 신경 안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책 읽는 소리 외에 모든 소음을 허용하지 않는 동네서점도 있다. 책을 읽는 손님들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장님의 마음은 알겠지만, 한편으로는 좀 갑갑하기도 하다. 






그래도 조용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동네서점의 경우 책만 결제하고 대화는 카페에서 하면 되니 상관없다. 요즘에는 예쁜 장소에 가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여러 장 찍어 SNS에 업로드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인증샷을 SNS에 많이 올리기 때문에 음식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그러나 인증샷을 찍는 곳이 동네서점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동네서점에서의 사진 촬영에 대해서 이미 블로그에 글을 썼고*, 추후에 브런치에도 그와 관련된 글을 올릴 생각이니 여기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대부분의 서점 사장님들은 “사진 찍어도 괜찮나요?”라고 요청하면 승낙하지만,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곳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굳이 몰래 찍지 말고 눈으로 서점 풍경을 담아두면 좋겠다. 


그리고 동네서점은 대형서점과 달리 유통업체를 통해 도매로 책을 구입하기 때문에, 10% 할인 없이 정가 그대로 책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책 가격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글로 풀어보고 싶다. 저렴한 책값(예를 들어 12,000원)이 대략 커피와 디저트 합산 가격과 비슷하니, 그 돈을 책 값으로 바꿨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4. 때론 이런 취향 나쁘지 않아



대형서점은 책이 다양하고 많지만, 잘 보이는 곳에 있는 책들은 주로 대형 출판사에서 나왔거나 혹은 유명한 저자가 쓴 책이 많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고 옛날에 나온 책을 대형서점에서 구매하려면 우선 검색대에 책을 찾아야 한다. 반면에 동네서점은 검색대를 가지 않아도 책장만 둘러보면 쉽게 책을 찾을 수 있다. 단, 내가 찾는 책이 해당 서점에 있다면 말이다.


동네서점은 기본적으로 대형서점보다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책을 마구 들여놓을 수 없다. 동네서점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대부분 사장님이 도매로 구입한 책이다. 그래서 손님이 책을 구매해도 동네서점에 돌아오는 순이익이 적다. 그렇다 보니 서점에서 판매할 책을 선정하는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장님 취향에 맞아야 하고 서점에 온 손님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책을 들여놓을 가능성이 크다. 사장님과 손님이 비슷한 취향이라면 금상첨화지만, 서로 다른 취향이라면 어떨까?


영화도 상업영화, 예술영화, 한국영화 등 여러 가지로 분류되듯이, 책도 기성 출판, 독립출판, 문학,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문학 애호가가 경제 책 독자와 같이 서점에 가면 어떻게 될까? 대형서점은 각자 다른 코너에 가서 책을 고르면 되지만, 동네서점은 한쪽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동네서점이 경제 경영 관련 책을 안 파는 건 아니지만, 내가 방문한 동네서점 대다수는 경제 경영보다 문학이 많았기 때문이다.






독립출판물을 주로 판매하는 동네서점의 경우, 독립출판에 대한 지식이 없는 친구와 같이 가게 된다면 어떨까? 독립출판물의 개성이 마음에 든다면 친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겠지만, “이런 것도 책이라고 파냐”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 독립출판물은 기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보다 통통 튀는 색다른 면이 있지만, 책에 보수적인 독자들에게는 잘 안 맞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친구들과 유명 동네서점을 방문하고 독립출판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친구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 많았어. 근데 가격도 안 적혀있는 책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그 가격을 주고 읽을만한 책은 없었어.”

한 마디로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의미였다. 나의 경우 개인이 책을 만드는 게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독립출판물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나 유명한 저자가 쓴 책 중에서도 별로인 책이 많고, 독립출판물 중에서 보석 같은 책도 많다. 그런데 동네서점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동네서점과 독립출판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내게 익숙한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낯선 곳에서 낯선 취향을 마주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오히려 거기서 진정한 내 취향을 찾을 수 있을 수도? 






참고문헌

월터 J 옹.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임명진 옮김, 문예출판사, 2019.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images/id-221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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