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30대 직장인 사주 입문 에세이
00씨 과공비례예요. 그런 자세는 이 바닥에서 별로예요.
내가 희망하는 직종의 대기업에서 인턴을 한적이 있다. 그때 내 사수에게 들었던 말이다. 인턴이 끝나는 마지막 날, 나를 향해 시어머니같던 사수는 맥주잔을 들더니 마시진 않고 이렇게 쏘아붙였다.
이제 막 군대를 졸업하고 대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뻔뻔하지 못했다. "내가 어때서"라고 생각지 못하고 또다시 "내 고쳐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과공비례(지나친 예의는 공손하지 못한다)를 깨야하는 게 숙제가 됐다.
00아, 카운터보단 잽이 중요해. 예의 차리다가 너가 망가진단다.
극도의 예의는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무례하고 예의없는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방식은 항상 카운터였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다가 한 순간에 다 태워버리고 홀로 떠나버렸다. 그렇게 인생에서 몇번의 큰 화를 내며 인연을 끊어낸 적이 있었다. 난 그 예의없음이 너무나 싫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내가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이렇게 충고를 해주셨다. 카운터를 쓰기 전에 잽으로 상대해야 너를 지킬 수 있다고 말이다. 무례한 사람의 말에는 바로 대응하게는 중요하다면서. 그 말을 다 듣고 끙끙대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하다며 혀를 끌끌 차셨다. 이때부터 난 무례한 사람을 상대하면 반사적으로 대응하시 시작했던것 같다. 과격하진 않지만 톡 쏘는 말로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반성을 잘한다. 너무 잘해서 탈이다. 누군가 내게 충고의 말을 던지면 고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서겠거니하고 무한 긍정으로 감싸안는다. 보는 사람에 따라 나를 향해 줏대없는 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왜그렇게 흔들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반성 덕분에 나는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됐다고 자위한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지만 나는 애써 반성을 통해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폐렴 이후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반성은 10KM달리기로 이어졌고, 아직도 주말이면 달린다. 오히려 헬스까지 시작하며 웨이트를 10개월 넘게 꾸준히 하고 있다. 한 가지 일에 나를 갈아 넣기 시작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잃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여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내게 여행은 더 없이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사주에는 '극'이라는 개념이 있다. 극을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요소가 다른 한 가지 요소를 괴롭힌다는 뜻이다. 내 사주에서 기본은 금이다. 동시에 화를 무려 3개나 가지고 있다. 화가 금을 녹이는 형국, 이것을 두고 극을 한다고 한다. 극을 당하는 사람들은 반성의 인자가 내재하고 있다. 삶이 "나 잘났어"가 아니라 "저는 부족해요"라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깔려 있다.
수로 태어난 사람이 토를 가지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댐을 생각하면 된다. 유유히 흘러가고 싶은 나의 물이 흙으로 막혀 있다는 뜻이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수위조절을 할 수 있어 좋게 발현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일장일단이다. 목으로 태어난 사람이 금을 가지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성장하고 싶은 나의 목이 금을 만나 싹뚝 잘라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사람은 산만해지고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수록 반성도 능력이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 생각과 느낌을 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가는 데 쓰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적다는 것을 사회생활하며 더욱이 느끼고 있다. 물고 물리는 회사 생활에 내가 강해져야 하기 때문에 "나 잘났어", "그래서", "내가 어때서"와 같은 생각을 안 가질순 없다. 하지만 반성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제 자리에서 맴돌 뿐이니까 말이다. 반성하는 자여, 스스로 그런 능력을 뿌듯하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