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페지오 Oct 23. 2021

"아우토반 아니면 비포장 길...달려 말어?"

평범한 30대 직장인 사주 입문 에세이


음, 아우토반이신데요. 더 달리셔도 될거 같아요. 


사주(명리학)을 봐드릴 때 철칙이 있다. 그 사람의 특성, 건강, 흐름을 위주로 본다.


먼저 태어난 자동차의 크기를 본다. 사주 팔자 즉 8개 글자를 통해 본인이 티코인지 캐스퍼인지, 소나타인지, 벤츠인지가 가늠해볼 수 있다. 마치 MBTI의 4글자를 통해 본인을 알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내가 벤츠로 태어나지 않았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흐름 즉 기세가 중요하다. 사람은 10년 마다 운의 흐름이 바뀐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아우토반인지, 4차선 고속도로인지, 2차선고속도로인지, 국도인지, 지방도인지, 비포장 길인지가 나온다. 


그래서 티코 급으로 태어나도 나쁠게 없단 말이다. 티코지만 내가 가는 길이 아우토반이면? 그것이야 말로 금상첨화다. 내 재능 이상으로 주위 환경이 탄탄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가 벤츠로 태어났다면 어떨까. 운의 흐름이 고속도로이면 좋겠지만 인생이 매번 그럴 수 있겠나. 비포장길이라고 가정해보자. 본인의 맷집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재능 이상으로 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사주를 봐드릴 때면 흐름을 통대로 좀 더 적극적으로 해도 되는지, 아니면 신중하게 돌다리 두들기듯 가야하는지 말해드린다. 아우토반인데 주저할 필요가 있는가. 일생의 그런 기회는 몇 번 오지 않는다. 신나게 일하고, 사랑하고, 삶을 긍정하며 살아가면 될 뿐이다. 반면 비포장 길이라면 좁디좁은 지방도라면 어떨까. 당분간 몸을 사릴 필요가 있다. 허나 흐름이라는 것은 바뀌기 마련이니까 이때 준비해놓지 않으면 아우토반이 왔을때 아무 소용이 없다. 뭐든 땀은 흘려야 한다. 그래야 운이 왔을때 지속할 수 있다. 운의 흐름을 타더라도 뭐가 없으면 스쳐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성공이더라도 결실을 맺어본 사람이 유리한 거 같다. 이 모든 비포장을 뚫고 나갈 수 있는 것도 그 작은 혹은 큰 성공에서 오는 자신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초년운이 너무 좋아던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은 운의 흐름이 바뀌어 정작 일을 열심히 해야 할 나이에 비포장길의 운이왔다고 하며, 이겨낼 수 있을까? 통상 이겨낸다. 과거에 이겨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어릴때 비포장 길에서 의기소침했던 사람은 어떨까? 좋은 운이 와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넌센스다. 차곡차곡 준비했던 사람이라면 분면 가능성이 폭발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내 안의 울타리 속에서 의기소침했던 사람은 정작 좋은 운이 와도 달릴 줄 모른다. 그저 그 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결국 소소하게나마 계속해서 성공과 결실을 맺어본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다. 성공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 결실로 표현하고 싶다. 끝맺음, 그 결실을 해본자가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내더라.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는 것처럼 말이다. 


비포장 길이라도 실망하지 말자. 한땀 한땀 크기와 부피를 줄인 일상의 여러 곳에서 끝맺음을 해나가자. 그런 경험이 쌓여 아우토반에서 터질 것이라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