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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페지오 Sep 22. 2021

'완성형 vs진행형'... 그대의 갈림길은

평범한 30대 직장인 사주 입문 에세이

어릴 때부터 난 '완성형' 사람이 좋았다. 그들을 동경했다. 

슬램덩크를 봐도 그렇다. 강백호보단 김수겸에게 더 끌렸다. 그는 선수인 동시에 감독이어서 내겐 완전체처럼 보였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테니스의 왕자를 봐도 그렇다. 주인공인 료마보다는 후지에게 모든 신경이 쏠렸다. 후지는 시행착오가 없이 카운터 기술은 4개씩이나 가지고 상대를 제압했다. 


누구에게나 마음이 가는 진행형 사람에게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들의 역경 속에 들어 올릴 성취감의 트로피에는 심드렁했다. 


완성형을 좋아하는 내 심리 기저에는 '청개구리'가 자리하고 있다. 내가 진행형의 사람인지라 난 또 다른 진행형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본다. 그리고 그들이 쏟아부을 지난한 노력의 땀방울이 보이기 때문에 그냥 내 마음이 아린다.


누구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진행형을 통해 완성형으로 다가가는 거 아니냐고. 그 말도 맞다. 내가 정의하고자 하는 완성형은 노력보다 끼와 재능이 더 부각된 사람을 말한다. 반대로 진행형은 끼와 재능은 부족하지만 노력과 열정으로 승부를 보는 사람을 말한다. 내가 노력형인지라 그 누군가의 땀방울을 보기가 내 눈엔 고통스럽고 그저 그 아픔에 공감하고 싶지 않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 나도 사주를 배우고서야 내가 진행형임을 알 수 있었다. 금이 베이스인 내게 계절은 여름이었다. 무던히도 금을 녹여 날카로운 금속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평생의 미션처럼 주어진 것이다. 누구보다 빨빨 거리며 돌아다녀야 했고 수많은 땀방울을 흘려야 했다. 누군가는 억척스러운 모습에 '아줌마'란 별명을, 누군가는 독한 모습에 '독사'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냥 열심히 살던 내가 사주를 배우며 좋았던 점은 오히려 '지치지 말자'를 깨닫게 되면 서다. 나 스스로가 진행형인 인간이란 것을 여덟 글자 속에 알았다고 가정하면, 나는 언젠가 완성형으로 거듭나는 것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특히 재능과 끼를 가진 그들보단 슬로스타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내가 완성형으로 거듭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무던히 뜨거운 여름날을 잘 견뎌내는 게 더 중요하구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000아, 어차피 열심히 할 거 아는데. 지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금이 베이스인 내게 화라는 글자는 무려 4개나 있다. 금이라는 내 아이덴티티가 녹아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때론 쉼이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쉼도 잘 쉼이 중요하고, 어떻게 쉴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란 인간의 결말은 쉽게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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