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30대 직장인 사주 입문 에세이
너를 보면 나 졸라 열심히 살꺼야라는 생각이 들어
녹색이 한창 우거졌던 7월쯤이었던가. 내 중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대뜸 나를 보면서 느낀 바라고 일갈했다. 그 친구와 나는 속속들이 서로를 잘안다. 서로 껄껄대며 웃었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내심 "역시 나를 잘 아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의 근거는 이랬다. 과도한 업무가 몰리는 주중을 지나 주말까지 계획을 세워 지낸다는 거라나 뭐라나. 주말이면 기타 레슨을 배우러 다닌다. 헬스장 PT도 끊어 다닌다. 또 한 번 시작하면 웬만해선 포기를 모르니. 열심히 나간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될 무렵. 친구들은 주말이면 시체처럼 바쁘다고 호소한다. 주중에 몰아왔던 잠을 일단 해결해야 한다. 침대 밖 이불은 위험해가 이럴때 적확한 표현이다.
맞다. 나는 왼쪽 손 끝 마디 위 굳은 살이 생기게끔 기타를 배우러 나간다. 헬스장에서는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스쿼드로 구성된 3대의 중량을 올리기 위해서 악다구니를 쓴다. 아직 수영도 배우고 싶고 테니스도 레슨을 받고 싶다. 여건이 안 되니 참는다.
틈틈히 주말이면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며 글을 쓴다. 전국의 국립공원 모든 곳을 둘러보는 것이 목표이기에 바삐 다니고 있다. 이마저도 틈틈히 글을 써서 올리곤 한다.
항상 그랬던거 같다. 주말이 주말같지 않았던 것은. 내게 주말은 또 다른 나의 취미와 재미를 찾아 떠나는 날들이었다. 물론 인간인지라 이불 밖에서 안 나갈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날보다 바삐 총총걸음으로 걸어다니며 배우고 여행했던 날들이 많았다.
그 기저에는 우울함을 가라 앉히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다. 바쁘면 우울할 틈이 없다고 누군가는 말했지. 나는 동의한다. 진짜 바쁜 사람들은 우울한 감정을 느낄 틈이 없다. 일단 내가 살아내야할 현실이 코 앞에 마주하고 있으니까.
내게는 사주 상 수(水)기운이 있다. 목, 화, 토, 금, 수 5행으로 이뤄진 글자 속에 수는 우울함을 뜻하기도 한다. 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울함을 스펙처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울함이 나쁜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우울함을 알아야 기쁨이 두 배가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울함에 빠져 혼자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이 될 수 있으니 지양해야 한다. 반대로 목, 화와 같이 조열한 글자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우울함과 거리가 멀다. 그냥 '밝다'고 해야하나. 그렇다, 그냥 밝다. "화 하게..."
나는 그런 우울함을 가라 앉히려 계획을 세웠는지도 모른다. 계획이 있다는 것은 삶의 무료함이나 허무함을 느낄 틈을 안 주는 행위라고 믿는다. 실제 유명인들 가운데서도 계획이란 장치를 통해 삶의 허무를 극복하려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곧잘 읽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