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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페지오 Sep 22. 2021

철든 어린이, 꼬마,학생... 그리고 나

평범한 30대 직장인 사주 입문 에세이

어떻게 이렇게 어른스러울까

어릴 땐 동네 어른들의 저 말이 참 기분 좋았다. 내 어깨를 으쓱하게 해 줬다고 할까. 내 또래 사이에서 어른 취급받고 있는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나는 너희와는 달라라는 모종의 우월감 같은 기분이었을 게다. 


그래 나는 철든 아이 었다. 어릴 때부터 유명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운동화를 직접 빨았다. 실내화 주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내 생일에 엄마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나를 나아주셨으니 엄마가 더 고생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서운 아이 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마을 동네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땅따먹기 등도 줄곧 잘하며 친구들과 지냈다. 그런 내가 중학교를 가더니 또다시 철든 아이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알아서 공부하기'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공부해야 한다고 거절까지 했다. 그렇게 부모님의 속을 썩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찾아온 사춘기도 꾹꾹 누르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부모님의 속을 썩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스카이캐슬이 한창 인기를 끌던 당시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발적 예서'였다고 자조하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이 당시에는 싫지 않았다. 나는 어른스러운 아이였고, 너희와는 달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이 무참히도 깨지기 시작한 것이 취업 준비를 하면서다. 많은 경험을 통해 글을 써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나는 정말 우리 사회가 만들어온 그 길대로만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 흔한 일탈, 색다른 경험 등을 찾기가 매번 힘들었다. 그제야 나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때 늦은 사춘기가 찾아온 것도 27살쯤이었던 거 같다. 누군가는 말했다. 삶의 지랄총략의 법칙은 있다고. 나는 이 말에 100번 동의한다. 내 사춘기도 이때 찾아왔다. 놀고 싶고 색다른 것을 막 해보고 싶고 그런 감정들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취업을 앞두고 있는 취준생. 현실과 생각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그때 나는 이 감정들은 지우지 않으면서도 운동이란 방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나갔다. 


사주를 보고서 나는 내 이런 모습을 용서하고 사랑하기 시작했다. 나라는 금이 바탕이 되는 사람이었다. 금은 가을을 뜻하고 정리정돈의 계절이다. 즉 나라는 행성은 태어날 때부터 가을이란 배경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 흔한 호기심도 드물었다. 그저 어른스럽게 자라왔다. 예전에 사주를 보러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 그분이 그랬다. "태어나면서부터 철들었네." 난 이 말에 참 동의한다. 


그래서인지 내게 없는 목이란 글자에 끌린다. 목은 봄을 뜻한다. 어린이, 아이, 동심, 호기심 등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이 글자를 가진 사람들의 속성이 저렇다. 나에게 없는 모습이다. 내게 없는 글자라 방치하기보다 따라 해보고 체득하려 노력해본다. 그래야 삶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전보다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나를 좀 더 있는 그래도 지금 나이에 걸맞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안의 가을이 나올 때면 애써 봄을 외치자고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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