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머리보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다. 행동한 후 실패를 통해 교정한다. 내가 잘못한 것과 부족한 부분을 적극 수용한다. 사람들은 고집이 있어 자기의 것을 우기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게 별로 없다. 사실 내면의 깊은 곳에 무언가 나만의 선이 있지만, 그 역린의 수위가 남들보다 높은가 싶다. 그래서 보살이란 별명도 있다. 달리 말하면 잘 수용한다고 해야 할까, 그게 나의 발전을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집과 고집이 강하기 마련인데, 이런 나의 특성이 더 빛을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고고한 생각에도 일단은 후회막심이다. 비온 날 상추를 심고서 하루하루 텃밭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내 아이들(상추)은 잘 크고 있을까. 날씨는 좋은데 햇빛이 강한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남들만큼 가지는 못하는데 내 상추들은 잘 크고 있을까. 그런 기우와 달리 일주일 만에 찾은 텃밭은 상추들이 제 자리에 뿌리를 내리며 잘 크고 있었다. 작지만 소소한 성취감이 들었다.
상추들은 잘 크고 있었지만, 나머지 작물들을 키울 생각에 또 아득해졌다. 어찌 이 땅들을 잘 구슬려야 할까. 그럴 때 나는 검색보단 일단 해보자란 막가파식 마음이 내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 그렇게 이번에도 상추를 비롯해 로메인, 유럽 상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모종을 샀다. 한 번 해보고 또 경험하면서 터득하자면서 말이다. 나중에서야 나름 알아보고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의 기술로 ‘HOW TO’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거에 있어서는 의지와 열정이 넘치는 타입인데, 그 용광로 같은 불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철로 만들 수도 있고, 그냥 꺼지는 식은 재로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항상 실패한 뒤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까, 교정하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고 그랬던 거 같다.
이번에 상추를 심고 다른 작물로 땅의 영토를 넓히려는 문득 HOW TO가 떠오른 것이다. 그래 의지보다 방법을, 여러 가지를 구사해 가면서 접근해야지. 무턱대고 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