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텃밭일기
상추들이 시들시들해졌다. 하기야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걸로는 턱없이 부족하겠다. 올 때마다 물을 흠뻑 준다고 생각했건만. 내가 주는 물은 새 발의 오줌 정도인가.
가만 살펴보니 땅이 평평한 평지가 아니었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곳. 그래서 물을 주더라도 물이 지대가 낮은 곳을 흘러내렸다. 아뿔싸. 내가 이걸 놓치고 있었구나. 물을 흠뻑 주면 그 물을 흠뻑 마셔 소화할 땅이 있어야 하는데. 물은 엄한데 주고 그 물을 받아먹는 땅은 또 엄한 곳에 있었으니.
옆 텃밭을 보면 답은 보인다. 선조들이, 선배들이,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그렇게 했던 건 다 이유가 있을 게다. 그래 식물과 식물이 자라 가운데를 움푹 파 놓았던 것. 애초에 모종을 심는 단계에서 땅을 평평하게 할 것이 아니라, 한 칸 건너 간격으로 움푹 파 놓아야 했었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물을 잡아주는 저장소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일종의 작은 저수지랄까.
물이 흘러가지 않게 물을 잡아주는 곳. 그렇게 밭을 다시 일궜다. 그리고 나서는 물이 고여 있기 시작했고, 특히 나같이 직장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대처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많이 자주 농장을 찾아 물을 뿌려주는 게 좋은 거긴 하지만 말이다.
비단 저장소나 저수지를 만드는 게 농사에만 해당할까란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은 축적이 되어야 농익기 시작하고 실력 발휘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기록이 참 중요한 학문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히 휘발성으로 끝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후대에, 후배 세대, 어린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기록이 중요한 것이다. 인수인계가 중요한 이유도 그게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