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모종을 사러 간 날, 봄이 시작됐다

"서툰 시작, 검은 봉지 속 상추 몇 포기"

by 아르페지오
"상추 모종 있을까요?"


이름도 어색한 종묘사를 찾았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 속에 꼭 내가 오면 안 될 곳을 온 것만 같았다. 그렇게 노크를 하고 들어간 곳은 5평 남짓의 공간.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 나를 심드렁하게 반겼다. 꼭 오지 않을 것 같은 손님이 왔다는 듯이.


그럴 만도 했다. 내 나이 30대 중반, 서울에서 밥벌이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올해 초 결혼을 하고 뭔가에 홀린 듯이 텃밭을 가꾸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종묘사를 찾은 것. 내게 종묘사란 내 초중고 동창네가 종묘사를 했던 기억밖에 없다. 그 친구의 별명은 종묘사집 아들, 아는 미용실집 아들이었다.


"얼마나 심으려고?"


아주머니가 툭 한마디 던진다. 나는 어떻게 받아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런 것도 알아보고 왔어야 하나 하는 후회가 들 무렵, 나는 4인 가구가 먹을 양을 심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나와 아내 그리고 집 근처에 사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생각해서다. 아주머니는 적상추와 청상추 각각 8개씩 가져가라고 한다. 그래도 넉넉히 먹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내가 뭐를 알겠나. 무턱대고 검은 봉지에 상추를 담았다. 그리고 내 텃밭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제 한 번 나랑 잘 커보자란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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