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종점인데 왜 가요?”
원당역에서 농장 가는 버스를 타려 하니 버스 기사들이 묻는다. 나는 우물쭈물 거리다 버스를 놓쳤다. 내가 타고 가야 할 버스가 맞았지만, 확신의 찬 버스 기사의 음성에 지레 겁을 먹고 내린 것이다. 이윽고 네이버 지도 앱을 다시 살핀다. 내 판단이 맞았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내가 선택한 농장으로 향했다.
“어디쯤 왔어요?”
농장 주인이 말했다. 나는 농장 근처까지 왔다고 말했다. 첫 통화 후 한 시간 넘게 사람이 찾아오지 않자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내가 선택한 농장은 차를 끌고 와야 편안한 곳이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오자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일하는 게 아닌데...”
나와 만난 농장 주인이 말한다. 나도 안다. 그런데 직장인의 대체 휴일은 얼마나 소중하던가. 비가 내려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내가 사간 상추 모종을 심기 시작했다.
농장 주인에게 빌린 긴 파란색 장화를 신었다. 뒤뚱뒤뚱 내가 맡은 밭으로 향한다. 28란 숫자가 적혀져 있다. 빌린 장갑을 찌고 호미를 들고 상추를 심기 시작했다. 잘 자라다오. 그렇게 내가 심은 적상추와 청상추 아가들. 이 아가들은 잘 자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