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의 재테크
전세사기가 시끄럽던 시절.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그 당시에 나는 빌라 전세로 살고 있었다.
임대기간이 끝날 때쯤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보증보험을 신청해서 나가야 한다.'라는 집주인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이 상황이 어이없어 집주인에게 뾰족한 말투로 응대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도 아무 잘못이 없다.
빌라 전세 사기 사건들의 여파로 빌라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그 이후 몇 개월 동안 임차인 등기설정과 보증보험을 신청하는 일에 매달렸다.
인터넷 법원에서 전자소송을 통해 임차권 등기 설정을 하고, 이 절차가 끝나면 보증보험에 서류를 제출해서 보증금반환신청을 하는 것이다.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최적화되어있는 플랫폼과 마케팅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이런 행정 절차들은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지나고 보니 복잡한 일도 아니었는데,
처음 겪는 나에게는 하나하나 정보를 찾아가며 부딪쳐야 해서 쉽지 않았다.
무사히 이 과정을 끝마칠 때쯤 되니, '아, 다음에 또 하게 되면 잘할것 같아.' 라는 긍정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며 결심한것이 있다.
이제 내 인생에 전세는 없어. 서울에 집을 사야겠어.
작은 위기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재테크에 크게 관심 없이 살았다.
집 살 때 말고는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매월 월급이 들어오고, 항상 통장에 잔액이 있었다.
심지어 월세도 받고 있었고, 강의로 인한 수입도 있었다.
'돈을 불리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고,
'돈'이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돈'이란 내 삶에 꼭 필요하지만 '돈'에 매달려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과소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쓰고 싶을 때 아끼지 않고 썼다.
'집을 사려고 보니 돈이 부족하네. 그냥 전세로 살자.' 뭐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노후에도 그 정도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고 보니,
기혼자와 싱글의 부동산으로 인한 자산의 격차가 체감이 되었다.
나는 현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기도에 아파트를 사놓고 서울에서 전세를 살고 있었고,
결혼한 친구들은 현금이 부족하지만 대출을 받아서 서울에 아파트를 샀다.
몇 년이 지나니 자산의 격차가 꽤 벌어져있었다.
예금만 열심히 한 사람, 나처럼 경기도에 아파트를 산 사람, 내 친구처럼 서울에 아파트를 산 사람.
수입은 비슷하고 현재 누리는 삶의 수준은 비슷하지만 미래의 자산 가치는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다.
물론, 기혼자와 싱글의 차이만은 아니다.
하지만, 싱글로 살다 보면 주거문제가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고, 그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뜻이다.
뒤늦게 재테크를 위해 필요한 공부를 시작했다.
노후에도 지금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 얼마나 필요한지.
아파트는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는지.
연금저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주식은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주택연금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이제야 보인다.
그때, 대출받아서 아파트를 갈아타야 했어.
그때, 연금저축은 '예금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주식에 투자해야 했어…. 등등.
'돈'에 대한 가치관이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싱글이 있다면 꼭 조언해주고 싶다.
재테크에도 관심을 가질 것.
많은 관심도 필요 없다. 아주 조금의 관심이면 된다.
'돈'은 행복해지는데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니까.
없어서 힘든 삶보다는,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