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 여자 친구를 보러 가는 날
“어떻게 생겼을까? 착한 얼굴일까?
무엇보다 건강해야지. “
내일은 사귀는 여자 친구를 훈이가 소개하는 날이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해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사람 사는 일에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평생의 배우자로 생각하며 만나는 사람이니 부모라고 해서 덜하지 않다. 그렇다고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둘이 잘 지내기를, 행복하게 지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일 뿐이다.
처음이 중요한 때다. 가깝다고 친하다고 아무 행동이나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말하기는 쉬우나 실천하긴 쉽지 않다. 우리 감정은 동물적이어서 기르는 개가 아무리 친하다 해도, 갑자기 움직이거나 접근하든가 하면 순간적으로 본능적으로 적대적 공격을 한다. 우리 뇌의 신경 구조는 동물들의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90%는 원시 생명체의 신경과 같은 구조이다. 그러므로 친하게, 가깝게 느껴질 때도 서로 상대가 독립적인 개체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지내야 서서히 깊어가는 관계를 상처 나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시작이 중요하다. 결혼하면서, 서로 남자의 입장을 또는 여자의 입장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며 기대와 함께 출발한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이 충족되는 일은 없다고 과감히 말할 수 있다. 남자가 여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여자가 남자의 입장을 이해하기를 늘 기대하기는 힘들다. 요즈음은 남녀의 사회적 역할이 거의 차이가 없다. ‘남자의 입장, 여자의 입장’이라는 관념 없애기가 남녀평등의 사고방식 아닐까? 그래서 나는 결혼에서도 남녀 입장보다는 인간적 입장을 이해하기가 기본 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좌우명은 ‘자유인’이다. 중학교 때 교훈이다. 아직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는 지금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향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나를 구속하는 현실, 힘들게 하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능력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동력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독립심에서 출발한다. 내가, 나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자세, 자각이 생겨나야 머리가 돌기 시작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하고 나면,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해결해내는 거의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 (참조; 앞글, 생각의 마술 등) 인간의 뇌는 거의 무한대의 시냅스 연결 루트를 갖고 있어 해결의 길을 찾아낸다. 무한한 가능성을 갖는 뇌구조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로 찾기가 회의(의심이나)나 습관 등 자발적 가로막기에 막힌다. 자발적 가로막기란 뇌가 다른 신경들에, No (그건 안돼!) 조절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 자발적 부정적 신호와의 씨름을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현실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능력은 자유정신에서 나오고 해결하는 능력은 독립 정신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유와 독립의 정신은 능력을 아낌없이 활용하는 인생, 후회하지 않는 인생, 보람을 느끼는 인생이 되기 위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결혼과 같은 인생의 큰일을 앞둔 젊은이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결혼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서로에게 갖는 지나친 기대 때문이 아닐까? 서로가 독립된 인간이라는 생각 대신에 의존과 기대로 시작한다면 결혼은 힘들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결혼하는 젊은이에게 서로에게 무한한 사랑을 요구한다. 한없이 주는 마음을 가지라고 한다. 마치 한 사람을 부양할 무한 의무를 지라는 말처럼 들린다. 삶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드라마를 제공하듯, 결혼 또한 마찬가지다. 어떻게 한마디 말로, 한가지 가치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진화학자 도킨스나 진화 행복론을 주장하는 ‘행복의 기원’의 저자 서은국 교수는 우리가 진화론적 방향을 쫓아갈 때, 또는 유전자 보존의 방향을 쫓아갈 때 행복을 느끼게 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혼은, 가정은, 우리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진화론적 가치이다. 부양이라기보다 존재적 생물학적 가치를 이루는 것이며 행복의 방향이라는 축사이다. 결혼하지 않고 100세 시대를 보람을 느끼며 허무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몇 주 전 신문 지상에서 우리나라 결혼 연령이 30세를 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지금 우리 시대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이다. 또한 혼동의 시기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세는 진화론적 방향에 역행하고 있다. 추세와 유행은 수시로 변한다. 추세와 유행을 따르면 부동산이 그러하듯 주식이 그러하듯 상투를 잡게 되어있다. 이런 어려운 때일수록 연기의 달인 신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연기를 동아줄처럼 꼭 붙들고 놓지 않았다고 했듯이 결혼과 가정을 동아줄처럼 절대 놓지 말고 꼭 붙들어야 하지 않을까?
자유와 독립의 정신으로 시작한다면, 결혼과 가정은 마치 아침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혼 생활에서 주고 보태려는 생각보다 기대하고 얻으려는 생각이 앞선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열어보는 성급한 농부의 이솝 우화가 딱 들어맞는 말이다. 나는 이 우화가 특히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기억해달라고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