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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Sep 12. 2023

중꺾마?

중제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가진 '중꺾마'라는 말이 유행이다. 2022년 월드컵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태극기에 적었던 말이고, 방송인 전현무 님이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했던 말이기도 하다.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말이다. 꺾이지 않으면 끝내 목표를 이룰 거라는 의미를 내포했으니까.

내 생각에 이 말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뒤에 '그러면 반드시 성공이 뒤따름'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는 것 같다.


성공, 누구나 성공에 대한 열망은 마음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성공하고자 하는 대상은 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명예를 위한 성공, 누군가는 부를 위한 성공을 원할 것이다. 게임 레벨 올리기에 성공, 다이어트에 성공, 성적 올리기에 성공, 오늘 하루 만보 걷기에 성공.. 명예나 부 보다는 조금 작은 성공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음에 품은 성공을 위해 연이은 좌절과 실패의 가운데에서도 중꺾마를 되뇌며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공부만 하면 됐던 학창 시절,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선행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이과에 가면서부터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았다.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일이 더 많았다. 배신하지 않는다던 노력은 배신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내 노력의 방식에 문제가 있었나 하고 자책했다. (차라리 내 노력을 몰라준 상대를 욕할걸!)


즐거운 열정으로 하던 일이 연이어 실패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되뇌며 멈추고 싶은 마음을 외면했다. 실패했을 때마다 상심했고, 수차례 꺾인 마음은 상처투성이었다. 거듭된 실패로 인해 회복탄력성이 떨어져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만큼이나. 마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몰랐다. 중꺾마라는 주문에  걸려 더 이상 즐겁지 않은데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꺾이고 싶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끝내 실패가 아닌 성공을 해내겠다는 마음이었다. 중간에 꺾이지 않겠다는 건 결국 욕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내가 품었던 욕심은 소설가가 되겠다는 목표였다. 십 년이 걸리더라도, 소설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건 목표가 아니라 허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해본다.

최근 6개월 동안에는 평론가에게 소설 수업을 들었는데, 내가 쓴 소설에 대해 피드백을 듣고 의견을 나눌 때마다 언쟁을 벌여야 했다. (난 누군가와 언쟁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다.) 같은 걸 보고 생각하는 게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 달 전쯤이었나, 한참 언쟁을 벌이던 중 문득 아, 이 사람과 나는 타고난 뇌구조가 다른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좀 꺾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 순간, 능력이 없는데 오랜 시간 노력한다고 될 일은 아니겠다고 결론 내려버렸다. 합리화였을지도 모르는 결론을 내리자 마음이 편해졌다.

이상했다. 꺾인 마음이 아프지 않고, 오히려 편해지다니.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간에 꺾여도 된다. 내 능력 밖의 일이라면 꼭 이뤄내지 않아도 된다. 마음을 병들게 하면서까지 꺾이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꺾이더라도, 제대로 꺾이면 된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 즐거운 열정을 쏟을 일을 찾아 새로운 시작을 하면 된다.

또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해도, 성공해도 내 삶은 소중하다.

“중요한 건 제대로 꺾이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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