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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작가 Jan 10. 2022

오늘부터 1일, 내 아이의 첫 연애.

우리 아이가 고백을 받았어요.

오늘부터 1일이다. 내가 아니고 아들 녀석의 이야기이다. 

자정에 가까운 늦은 밤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큰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엄마. 큰일 났어."


밤늦은 시각 큰일이 났다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놀란 마음에 당장 아이 옆으로 뛰어가 물었다. 


"무슨 일인데!"

"나 고백받았어 엄마.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큰 일이라도 난 줄 알고 가슴 조리며 물었는데, 고백을 받았다고 했다.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안심하고는 아이의 얼굴을 봤는데, 아이에게는 정말 큰 일인 것 같았다. 당황스러움 내지는 혼란스러움이 얼굴에 묻어나고 있었다.


"그 친구가 좋아?"

"글쎄. 난 아직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좋아하는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

"대화가 잘 통하고 재밌어?"

"응 친하니까. 그런 것 같기는 해."


저 나름 심각한 와중이라 상기된 채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녀석의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나려 했다. 아들이 연애를 하게 된다면 무조건 응원해 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연애를 고민하고 있는 아이를 보니 이런저런 걱정부터 앞섰다. 서로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면 어쩌나, 한창 예민한 시기에 이별하게 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아이에게 말했다.


"좋아하는 감정이 확실하지 않으면, 그냥 사귀지 마."

"엄마는 좋아하는 사람하고 사귀었어?"

"응. 엄마는 좋아하지 않으면 안 만났어."


한참을 고민하던 녀석이 결심이 선 듯,  바닥에 내려놓았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뭔가를 적는 것 같았다. 궁금했지만, 우선은 가만히 기다렸다.  자려고 누울 때까지 별 말이 없던 아이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기로 했어?"

"고백받아 주겠다고 했어."


철렁. 역시나 청개구리 같은 녀석이었다. 엄마의 말은 절대 안 듣는 녀석.. 순간적으로 여러 가지의 걱정과 감정이 스쳤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축하해."


아침에 일어난 아이에게 물었다. 


"오늘부터 1일인 거야?"

"그런가 봐."

"여친 생긴 XX야. 이제 가서 숙제 좀 해라."


내 아이가 첫 연애를 시작했다. 엄마인 나도 아이만큼,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얼결에 시작한 아이의 연애가 얼떨떨하면서도 기대되는 것 같다. 귀엽고 순수한 연애가 되었으면 좋겠다. 훗날 언젠가, 얼떨결에 시작한 연애로 인해 엄마인 나와 갈등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첫 연애의 시작은 갑작스러웠지만, 첫 이별 후에는 처음인 만큼 한참을 아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걱정이 습관인 엄마는 이런저런 걱정이 되지만, 이제 걱정보다는 첫 연애를 시작한 아이의 마음에 동행해 보려 한다.  


너의 연애를 응원한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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