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0주
임신 후 정보를 얻을 겸 포털 사이트의 규모가 큰 맘 카페에 가입하였다. 카페에는 임신 주수별로 나누어진 게시판이 있었다. 해당되는 게시판에 들어가 나와 같은 임신 증상에 대해 공감하기도 하고 궁금한 내용을 검색하며 자주 이용했다. 그날도 퇴근 후 지하철을 기다리며 게시판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한 작성자의 글은 지난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고 특별한 증상도 없이 지냈는데 금일 초음파 검사에서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아 유산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글은 임신 20주가 되기 전 자연유산이 되었으나 자연적으로 배출이 되지 않아 소파수술을 예약하고 왔다는 글이었다. 이런저런 글을 읽다가 마음이 허탈하고 허망해졌다. 괜히 읽었다는 후회가 되었다.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초음파 검사를 하다가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되면 어떡해야 할지 머릿속이 아찔하다. 아직 내 안에 존재와 친해지지도 못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친해질 기회가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임신을 확인한 후부터 약 4주 간격으로 산부인과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곧 검진 예약일이라 관련된 글들이 눈에 자꾸 들어온 것이다. 아직은 태아 정기검진 자체가 낯설고 예약일 전날은 특히 더 불안하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내내 부정적인 상황들이 상상되었다.
상상한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아도 믿어야 하고 그것도 아주 잘 있다고 믿어야 내가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거의 무교에 가깝지만 이 세상 어딘가 아니 저 세상 어딘가 신적인 존재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 솔직히 아직은 네가 여기 있는지 잘 모르겠어. 너를 아직 느낄 수 없단다. 우리 며칠 있다가 초음파 검사로 만나자. 그때까지 보이지 않아도 널 믿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