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1호선을 타고 회사로 출근한다. 10여분을 걸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그득 실린 칸에 몸을 구겨 넣는다. 역으로 걸어오자마자 숨 돌릴 새 없이 바로 타서였을까 숨이 차오른다. 서있을 힘이 없다. 다리며 배며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지하철 문 바로 옆쪽에 비스듬히 자리를 잡고 차가운 스테인리스 기둥에 팔을 올리고 몸을 기대었다. 그러는 사이 지하철은 다음 역에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눈앞에 역사가 아른했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다. 그 순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지상 역사로 찬 공기가 잠깐 들어왔다. 역사가 보이던 창문 배경이 회색 바닥으로 갑작스레 내려앉는다. 쭈그린 채 한동안 숨을 몰아 쉬었다. 서 있을 때보다는 조금 살 거 같았다. 석 달 전의 나라면 흔들리는 지하철에서도 손잡이를 잡지 않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러다 내 앞에 누군가 쭈그려 앉기라도 한다면 이상한 시선은 애써 숨긴 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핸드폰으로 눈을 돌렸을 터였다.
오늘은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쭈그려 앉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다 죽을 거 같은 찰나에 집중했다. 한참을 앉은 채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안내방송을 듣고 번화가인 역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 역에서는 항상 사람들이 많이 내렸다. 혹시 몰라 뒤를 돌아보니 핑크색 임산부석이 비어 있었다. 뭐에 홀린 것 마냥 급하게 몸을 일으켜 자리를 차지했다. 드디어 앉았다. 서있는 것이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 건 임신을 알게 된 5주 전부터였다.
허리를 기대앉는 것만으로도 몸 상태가 조금 안정되었다. 그때였다. 눈 밑이 뜨거워지는 게 눈물이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이십여분이 지나 지하철은 회사가 있는 역에 도착했고 스무 개 남짓한 계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계단을 오르는데도 손잡이를 잡고 세 번 정도는 쉬어야 할 정도로 요즘 나에게는 일상이 고난이었다. 더군다나 출근시간대에 조금이라도 느리게 걸어 올라가면 뒤에 있는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 사람들이 우르르 올라가는 걸 보다가 맨 뒤에서 천천히 올라간다. 그래도 숨이 차다. 숨이 차는 이유는 임신 후 혈액량이 증가하지만 그에 비해 철분이 부족해서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고 있어도 서러운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교통카드를 찍고 출구로 향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는데 눈동자로 뜨거운 게 다시 차올랐다. 이번엔 참기가 힘들다. 다행히 출구로 향하는 곳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손으로 눈 주위를 몇 번 훔쳐내고 가던 걸음을 계속 내딛는다.
쓸데없이 마냥 서러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