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조금씩 연다
삐거걱 소리가 난다
열린 문틈 사이로 손을 휘저어 보고
발을 뻗어 이리저리 디뎌 본다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왼쪽 오른쪽으로
한참을 두리번거린다
반쯤 열린 문으로
용기를 내딛는다
한발 한발 조금씩
가까운 듯 아득한 그 사람의 문이 보인다
그저 막연히 열릴 것만 같은
의문을 갖은 채
온 걸음으로
그에게 걸어간다
문은 닫혀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내내 닫혀있었는지도 모를
문 앞에 멍하니 선채
마음을 거둔다
걸음을 돌린다
돌아오는 온 길에
수백 번 두드려본다
마음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열려있던 모든 문을 닫으며
내게로 들어선다
눈물에 기댄 채 미끄러진다
모든 문이 주저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