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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작자 Sep 23. 2020

문으로

조금씩 조금씩

삐거걱 소리가


열린 문틈 사이로 손을 휘저어 보고

발을 뻗어 이리저리 디뎌


얼굴을 빼꼼히 내민

왼쪽 오른쪽으로

한참을 두리번거린


반쯤 열린 문으로

용기를 내딛는다

한발 한발 조금씩


가까운 듯 아득한 그 사람의 문이 보인다


그저 막연히 열릴 것만 같은

의문을 갖은 채


온 걸음으로

에게 걸어간


문은 닫혀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내내 닫혀있었는지도 모를 

문 앞에 멍하니 선채

마음을 거둔다

걸음을 돌린다


돌아오는 온 길에

수백 번 두드려본다

마음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열려있던 모든 문을 닫으며

내게로 들어선다


눈물에 기댄 채 미끄러진다

모든 문이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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