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봤을 때부터 빠져들었어.
치즈버거를 한 입에 넣는 늠름한 모습.
헙헙헙 찹찹찹.
기합을 넣듯, 규칙적으로 치즈 버거 열다섯 개를 먹어치웠지.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모니터를 얼굴 가까이 대고, 더 가까이 너를 보고 싶었어.
채팅창에서는 난리가 났지.
너를 야유하는 뭘 모르는 인간들.
혹은 동물원 원숭이가 쇼하는 모습을 지켜보듯 하는 관객 코스프레 인간들의 박수소리.
그들은 몰라.
너의 위대함을.
오직 나만이 알아. 너의 위대함을.
2.
침대가 부서지는 날 결심했다. 그냥 먹자고.
참지 말고 먹자고 결심했어.
어차피 막가는 인생. 먹다가 뒤지자고. 먹고 죽은 귀신이 떼깔도 좋다잖아. 기름기 흐르는 귀신이 될 때까지 먹어보자고.
그런데 먹는 게 돈이 많이 들더군. 잔고가 바닥나기 시작했고, 그래서 시작했어, 인터넷 방송.
그냥 먹기만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돈을 넣어주더라고. 그들은 나를 비웃어. 욕도 해.
상관없어. 돈을 주니까. 연예인도 춤을 추고 엉덩이를 흔들잖아.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지. 돈 주는데, 엉덩이 못 까겠어, 그까짓 욕 못 참겠어?
안 그래?
인터넷 방송을 하지 않는 날, 쉬는 날, 그런 날,
엔 인터넷으로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하루종일 봐.
그중에서도 요새 얘네들 참 좋더라, 난.
슬리머라고 들어봤어? 날씬한 애들 일곱 명이 나와서, 춤을 추는 이쁜 애들이야.
보고 있자면 행복해. 그중에서도 강윤아는 단연 최고야! 몸매가 완벽하거든.
잘록한 허리선에 가슴 빵빵. 단팥빵일까. 소보루빵일까.
보고 있으면, 식욕이 땡겨. 땡기면 먹어. 치즈버거가 땡겨.
아,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주세요. 핸드폰 단축키 1번을 눌러.
- 배달 왔어요.
금세, 치즈버거 열다섯 개. 콜라 2리터가 왔어.
원룸의 절반을 채우는 버거의 향연.
찹찹찹. 와구와구.
버거를 한입에 넣어서 양 볼을 가득 부풀리고 목구멍까지 처넣어. 끄윽 끄윽 제대로 씹기가 힘들 정도로 처넣어.
눈물이 날 만큼 씹기가 힘들어. 콜라 한 모금 마셔.
아, 시원하다. 이것이 천국.
눈물 나게 힘들게 먹어. 그래야 알 수 있어. 눈물 나게 맛있는 치즈버거.
열네 번째 치즈버거를 입안에서 우물거리며, 열다섯 번째 치즈버거를 밀어 넣을 때쯤,
그때,
딩동.
벨이 울렸다.
3.
벨소리에 치즈버거가 목에 걸릴 뻔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맥도널드 버거 말고는 또 시킨 게 없는데,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벨이 울었다.
그래도 별생각 없이 문을 연다.
문 앞에 선 사람은 낯익은 여자다.
아니, 강윤아다.
뒤를 돌아 방에 있는 모니터를 쳐다본다.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강윤아와 꼭 닮은 강윤아가 앞에 있다.
-강윤아...세요?
-와! 버거머거님 맞으시죠? 대박대박 진짜! 짱짱! 실물로 보니, 더 늠름하세요! 완전 제 이상형!
강윤아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이 눈앞에서 호들갑을 떤다. 내 닉네임도 알고 있다.
닉네임 버거머거,
기합을 넣듯, 찹찹찹
난 널 동경해
뚱뚱한 먹보 비제이
시청자는 별로 없고, 있는 시청자들도 대부분이 인생의 루저.
하지만 넌 그런 것 따위 상관없지. 넌 그저 먹지. 엎어져서 먹고, 드러누워 먹어.
먹고 먹다가 방송이 끝나. 가끔은 말 한마디 없어. 멘트는 어디다 팔아먹었어? 당당하고 늠름한 너.
한 번이라도 너처럼 먹고 싶어.
멤버들은 말을 해.
너 진짜 맛대가리 없이 먹는다.
깨작깨작 거리지 말래. 아닌데, 나도 열심히 먹고 있는데, 먹고 있는 걸 보면 입맛이 떨어진대. 아닌데,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멤버들 때문에 더 우울한 날이면, 버거머거, 네 방송을 봐. 넌 나의 아이돌. 별머니를 실컷 눌러주지.
그런데 오늘 방송을 안 하네. 그래서 왔어.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는 중요하지 않잖아. 여기 내가 있고, 내 앞에 네가 있다는 게 중요해.
꺄아,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네. 노래라도 부르고 싶어.
불러도 돼?
이래 봬도 나 아이돌. 노래 좀 하고, 춤은 완전 잘 춰.
4.
버거머거는 입을 크게 벌려 한 입에 나머지 하나 남은 치즈버거를 넣는다.
강윤아는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무릎을 꿇고 앉아 지켜본다.
그러다 한 마디 한다.
- 혹시 더 먹을 수 있어요?
버거머거는 말없이 단축키 1번을 누른다.
여버세요. 읍읍. 아까 주문했던, 찹찹찹, 사람인데요. 누구냐고요. 우욱. 내가 누군지 몰라? 버거머거야. 아까 치즈버거. 아, 그래 알겠지?
이번엔 불고기 버거 20개 어여, 후딱 싸들고 와.
그새 치즈버거를 다 먹은 버거머거는 말없이 강윤아를 바라본다.
이쁘다.
강윤아도 말없이 그저 바라본다.
멋있다.
딩동.
20분 후, 아마도, 벨이 울리고,
아마도, 버거머거는 불고기 버거를 먹고, 강윤아는 춤을 출 테지.
그러거나 말거나.
동경. 그것은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
내가 갖고 있는 것과 네가 갖고 있는 것은 다르니까,
나는 널, 너는 날 동경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