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욕심은 없는데, 책 욕심은 좀 있는 편이다. 뷔페 가면 바로 먹지도 않을 음식들을 접시 세 개에 가득 채워 가져오는 것처럼, (중고) 서점에 가면 바로 읽지도 않을 책을 자꾸 산다. 어떤 때는 집에 이미 있는 책을 또 살 때도 있다.
통장에 돈이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책장에 책이 쌓여가는 것도 너무 좋다. 가득 쌓여서 더 꽂을 데가 없고, 그래서 진열된 틈으로 빈틈없이 꽂혀 있는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머리(?)가 부르다.
어디서든 조금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한다. 지하철에서는 서서도 읽는다. 9호선 옴짝달싹 못하게 끼어 가면서도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어 읽는다. (다만, 요새 노안이 와서, 읽는 게 좀 힘들어졌다. 팔을 편 거리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 거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화장실에도 책을 놓고 읽는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잠들기 전에도 책을 들려고 한다. 몇 글자라도 읽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하다.
하루 딱 1페이지만 읽어도 너무 좋다. 잠도 잘 오고, 똥도 잘 나오고, 불안도 분명 조금 줄어든다.
하루 딱 1페이지 독서만 해도 마음속 라디오 소음을 줄여준다. 하루종일 울려대는, 시끄러운,
안돼, 안될 거야. 큰일이야. 어떡해. 넌 X 됐어, 할 수 없어, 해봤자야, 무서워, 죽을 거야, 못할 거야....
책을 읽으면, 책 속의 글자가 마음속에 들어오고, 라이오 볼륨이 줄어든다. 불안이 끼어들 틈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