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필요해.

12화. 다이아몬드 사건.

by 묭롶

-"민정아... 민정아...아고. 애가 왜 이래"


출근을 위해 현관을 나서던 민정이 구두를 신다가 휘청이더니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엄마가 다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쓰러진 몸을 일으켜 흔들었다. 그 순간 머리가 하얗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던 엄마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에서 내린 민정이 응급실로 실려간 뒤 그녀의 엄마는 응급실 입구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이 딸에게 함부로 내뱉었던 모든 말과 행동들이 떠올라서 그녀는 뒤늦은 후회에 가슴을 쥐어뜯으며 통곡했다.


'남편도 날 버렸는데 딸은 안돼. 절대 안 돼. 제발 날 버리지 마렴.'


오후 늦게서야 검사를 마친 뒤 일반 병실로 옮겨진 민정이 그제야 의식을 회복했다. 그녀의 손을 붙들고 있던 그녀의 엄마는 눈을 뜬 그녀를 보고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아이고......"


울면서 손을 모으고 절을 하는 엄마를 바라보던 민정이 엄마의 손을 잡았다.


"나.. 괜찮아."


-"뭐가 괜찮아? "


평소처럼 욱하게 나온 자신의 말에 기겁한 엄마가 움찔해서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잠시 진정해서

마음을 가라앉힌 그녀는 한숨을 내리 쉬었다.


-"너 큰일 날뻔했어. 급성 황달이래. 간수치가 1,000이 넘었어.

잠도 못 자고 몸을 그리 혹사시켰으니... 아니다.. 내가 나쁜 년이지.

다 내 잘못이야. 앞으론 네가 시킨 데로 병원도 가고 치료도 받고 다 할게.

아프지 마라.. 민정아..."


지난날을 후회하며 사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본 민정은 아픈 몸보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이번에 잘못됐다면 평생 단 한 번도 행복해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겠지라는 생각이 든 그녀는 완전한 내편 만들기를 꼭 성공해 내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다시 굳히게 되었다.

회사 입사 이후 정기적인 여름휴가 외에는 쉬는 일이 없던 민정은 그렇게 보름 동안 입원해야 했다.




의도치 않은 장기 휴가를 병원에서 보낸 민정이 다시 출근을 하는 날 아침 그녀는 매일 가던 직장이었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설레면서도 어색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힌 그녀가 고객상담센터 1팀 사무실의

자동문을 통과해 들어가자 집 나간 엄마가 돌아온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는 팀원들의 눈망울이 그녀를 반겼다.

그 순간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슈렉 고양이처럼 눈이 왕방울만 해져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팀원들이 엄마 없이 자란 천덕꾸러기들처럼 여겨져서 마음이 짠했다. 서준은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차마 그녀에게 다가오지도 못하고 애타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동안 못 챙겨준 팀원들을 챙겨주고 싶었지만 밀린 업무가 걱정이 된 그녀는 몰려든 팀원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낸 뒤 팀장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옷걸이에 재킷을 걸고 슬리퍼로 갈아 신으려고 허리를 굽혔을 때 입사

동기인 추심팀 이팀장이 팀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에게 다급히 다가왔다.


-"미안해. 너무 급한 상황이라서..."


무슨 일인가 싶어 서서 말하는 이팀장을 그녀가 올려다보았다.


-"사태가 심각해. 오죽하면 내가 너 병문안도 못 갔겠냐."


"왜 무슨 일인데?"


-"네가 지난번에 얘기한 대로야. 미셀 건 터졌어.

추산치만 어림잡아 30억이 넘어.

지금 회사가 발칵 뒤집혔어."


"미셀.... 미셀은 어딨어?"


-"사건이 터지고 나서 뒤늦게 신원을 확보하려 했지만 이미 잠적한 뒤야.

난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감도 안 와.

고객센터로도 항의전화가 엄청나."

이따가 오전 10시에 부사장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릴 거야.

미리 알려주려고 왔어."


"그래, 고마워. 이따 회의실에서 보자."


이팀장이 나간 뒤 민정은 업무용 데스크톱의 전원을 눌렀다. 메일함에는 미셀 사건과 관련된 수십 통의 메일이 쌓여있었고 당장 처리해야 할 해당 관련 민원도 산더미였다. 한숨을 내쉰 그녀는 메일을 확인하는 한편

대책회의 브리핑 자료를 출력해서 읽어나갔다. 부사장이 질의할 것으로 보이는 팀별 대책방안에 대해서도

초안을 쓰느라 회의시간은 쏜살같이 다가왔다.

회의실로 가기 위해 그녀가 팀장실에서 나왔을 때 상담센터는 전쟁통이었다. 대부분 미셀과 관련된 불만건들이어서 대책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팀원들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안이 시급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