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무슨 야유회를 이런 산골짜기로 온담.'
산 정상까지 뚫려있는 좁은 일 차선 도로를 오르는 동안 무성히 우거져 있는 나뭇가지가 차체에 부딪힐 때마다 나는 연신 차창 바깥으로 보이는 기드레일 너머 깊은 골짜기로 시선이 갔다.
'설마 위에서 내려오는 차를 만나면 이건 누가 후진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거야.'
다시 차창 밖으로 깊은 골짜기를 바라본 나는 순간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오늘따라 왜인지 낯선 운전석에 앉은 박대리의 뒤통수로 시선을 돌린 나는 차 안에 탑승한 다른 동료들을 바라봤지만 모두 잠이 든 채 고요하기만 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오르막의 끝에 자갈이 깔린 조그만 주차장이 있었다. 차량이 멈추고 승합차의 자동문이 열리는 알림음을 듣고서야 나는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승합차 발판을 딛고 내려선 나는 고개를 들어 주차장 한편으로 조금 드러난 건물의 외벽을 발견했다.
'이렇게 외진 곳을 어떻게 알았지?'
나의 묻는 듯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동료들은 이내 우르르 건물 쪽으로 바삐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같이 가요.'
동료들을 뒤쫓아 주차장을 지나 오른쪽 모퉁이를 돌자 별장식 건물의 크기에 비해 입구가 좁은 출입구가 보였다.
박대리가 문을 열자 동료들은 잇달아 신발을 벗어서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는 별장 내부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갔다.
'오늘따라 뭐가 저리 바쁘담.'
고개를 갸웃거리며 흩어지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나는 이내 신발을 벗어 무심하게 신발장에 놓고 지나쳐 가려다 말고 멈칫하고 멈춰 섰다.
고개를 뒤돌아 다시 신발장을 보니 내가 놓아둔 신발 옆의 검은 구두 한 켤레 위로 뿌옇게 쌓인 먼지가 눈에 들어왔댜.
제법 부피마저 느껴지는 먼지는 검은 구두뿐만 아니라 그 곁에 놓인 신발들. 신발들. 신발들 모두 위에 균일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 그러고 보니 이 신발장은 왜 이리 큰 거지'
벽의 한 면을 가득 채우다시피 큰 신발장을 올려다본 나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많은 신발들의 주인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갑자기 무섬증이 든 나는 넓은 거실을 지나 오른편에 있는 방문을 열면서 앞선 동료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그 방안에는 사면 가득 채워진 비디오카세트 테이프만 가득했다. 어딘지 낯익은 비디오테이프 제목들은 과거 나의 중고등학교시절 시청했던 영화들을 떠올리게 했다. 온통 비디오테이프로 가득한 창문이 없는 방 안에서 동료를 찾지 못한 나는 서둘러 내기 들어왔던 방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뭐지?'
열린 방문 앞엔 뚫린 거실 대신 막아진 벽이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팔뚝에 오른 소름을 쓸어내린 나는 출구를 찾아 비디오가 꽂혀진 카세트장을 이곳저곳 열어젖히다 뚫린 출구를 찾아 들어갔다.
그곳엔 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창문 없이 책으로 가득한 방안에 들어선 나는 무심코 꽂힌 책 한 권을 펼쳐 흝어보았다.
'음. 이 접힌 부분은?'
책을 읽고 브런치 후기를 남기던 나는 항상 글에 인용할 페이지를 접어서 표시해두곤 했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난 분명 야유회를 간다고 동료들과 함께 승합차를 탄 건데
.....
나는 다급하게 벽에 꽂힌 책들을 바닥에 집어던지면서 출구를 찾아 헤매었다. 그러다 빛을 따라 움직였다. 어느새 눈을 뜬 내 눈에 보인건 걸린 옷이었다. 옷장 속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 내가 옷장 문을 바깥쪽으로 열려던 그때 옷장 틈새로 누군가의 윤곽이 보였다.
왜인지 모르게 소름이 돋은 내가 옷장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나를 등지고 바닥에 앉은 검은 형상의 무언가가 박대리를 종이 접듯이 접어서 지퍼백에 담고 있었다. 그제야 쌓여있는 지퍼백 옆에 놓여 있는 다른 동료들의 모습들 위로 눈앞을 뚫을 듯 비치던 중앙선을 넘어온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떠올랐다.
고막이 터지듯 울리던 차량의 경적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굉음이 귓가에 울리는 순간 내 귀에 들리는 심정지 음
뚜.......
동시에 열린 옷장문과 함께 들린 소리.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