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나는 절망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 열 번 끝에 마침내 임신했다.
그토록 바라던 기적이었지만, 그 기쁨을 남편과는 나눌 수 없었다.
병원에서의 남편은 무표정했다.
내가 뛰쳐나오듯 병원을 나섰는데도, 그는 단 한 통의 연락도 없었다.
그 무심함이 마음속 어두운 상상을 불러왔다.
혹시… 그 여자가 아직도 그의 곁에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와 그녀가 어떤 약속을 이어가고 있었다면?
내 임신이 그들의 기약을 무너뜨렸다면?
머릿속은 해선 안 될 상상으로 가득 찼다.
남편이 보여준 절망에 가까운 표정은 내 기쁨을 산산이 깼다.
임신만 되면 모든 것이 풀릴 거라 믿었던 나의 오랜 절규가
이렇게 쉽게 쓰레기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담했다.
괴롭다. 허망하다. 절망적이다.
단순히 슬프다고 말하기엔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며칠 뒤, 문득 오래전 기억이 스쳤다.
시험관 시술에 몰두하던 어느 날,
컴퓨터 화면에서 남편의 다음 ‘웨딩카페’ 회원가입 기록을 발견한 일.
수많은 카페 중 굳이 웨딩카페라니—
그때 물었을 때 그는 “왜 가입됐는지 모르겠다”는 어이없는 대답만 남겼다.
그 시기 나는 시술 준비로 지쳐 있었고,
진실을 파헤칠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남편의 이상한 반응 앞에서 그 일이 다시 떠올랐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걸까.
임신 소식을 듣고도 놀란 기색만, 마치 화난 기색처럼 보였던 그 표정이 다시금 머리를 어지럽혔다.
나는 무기력해졌다.
먹지도, 자지도, 어떤 결정을 내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늘어졌다.
남편의 퇴원일이 다가오도록
우리는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임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 믿었는데,
내 인생의 매듭은 더 엉켜만 갔다.
남편은 그렇게 대하면 안 됐다.
나는 그 어떤 이유로도 그런 대우를 받아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날의 나는 그저 깊은 절망 속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