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23화. 남편이 돌아왔다, 집으로...
어느 날부터, 남편은 집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불편했다.
아주 불편했다.
이제는 이름조차 모호한, 불투명한 관계 속에서
함께 머무는 그 서먹함이… 숨 막혔다.
병원 일정은 시험관 시술 실패 이후로 잠시 멈췄다.
몸과 마음이 회복할 시간.
안정기였다.
나는 땀으로 마음을 헹구고 싶었다.
그래서 등산 동호회에 가입했다.
240대 모임, 두 군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낯선 공간이
오히려 더 편했다.
춘천 삼악산.
기차를 타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
삶이, 아주 낯선 모습으로 다가왔다.
높고 뜨겁고 찬란한 태양 아래
모두들 자기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어
이토록 열심히.
그리고 이렇게 또 모여
산을 오르고, 함께 걷고,
다시 흩어지고.
나는 혼자였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시간을 축내는 내 모습이
참 못나 보였다.
참 초라했다.
이따금 대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저 씩, 웃기만 했다.
관심도, 대화도… 다 귀찮았다.
필요한 말 외엔 입을 닫았다.
서울대 나왔다며 으스대는 남자 회원이
삼성 다닌다는 말과 함께 반말을 시작했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태도가 바뀌었다.
나는 스스로와 약속했었다.
뒤풀이는 안 한다, 술은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그 약속을 누군가는
거침없이 넘으려 들었다.
맨 정신에 주사 부리는 그 모습이
참 시덥잖았다.
사람에게 친절한 내가 봐도
도무지 선입견을 거둘 수 없었다.
서울대가 무슨, 삼성이 또 무슨.
내게 중요한 건,
아이 하나 품지 못한 내 오늘이었다.
몇 번의 산행으로
조금은 몸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모처럼
대화가 통할 것 같은 여자 회원과
커피나 한 잔 하자 마음먹은 그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너 어디야? 왜 집에 없어?”
또다시 이런 식이다.
내가 집 지키는 강아지도 아니고.
“왜, 집에 왔어?”
“그래, 빨리 와. 배고파.”
매번 뒤풀이 없이 집으로 돌아가던 나.
그날만은 달랐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귀신같이 또 훼방이다.
참 절묘하다.
그리고 남편은 그날 이후
집으로 아예 들어왔다.
현장이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단순한 환경의 변화가 아니다.
그 어떤 심경의 파장일 것이다.
뭐,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다만
혼자만의 시간이
이제 막 나만의 생활로 굳어가던 참이었는데
다시 누군가를 위한 밥상을 차려야 하니
마냥 불편할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말했다.
“무릎 수술 좀 하려고.”
결혼 초, 오토바이를 타다 택시와 사고가 났던 그 일.
무릎에 박은 나사를 빼고 싶단다.
외형상으론 그렇다지만
사실은… 쉬고 싶어지는 마음 아닐까.
나는 또 병원 동행을 시작한다.
또… 나누리병원이다.
참, 일관성 하나는 있다.
웃음 코드가 같아서일까.
누가 한 번 선택하면 줄줄이 따라간다.
이제 병원은 세 번째다.
시누이, 아주버님, 그리고 이제 남편.
또다시, 병원에서
24시간 대기다.
다시, 병원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언제나처럼
내가 지키고, 감당하고,
버텨내야 하는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