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이야기 EP.28 -기쁨은 짧고, 쓸쓸함은 길었다

불임28화. 너를 이해하려는 나, 너무 아프다

by 나은



폭풍 전야


오늘 하루, 기쁨과 슬픔이 번갈아 나를 덮쳤다.

병원에서 처음 들은 단어—‘성공’.

그 두 글자가 하늘처럼 부풀어 오르며 나를 띄웠다. 모든 세포가 희열로 진동했다.

나는 그렇게,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 순간을 함께 하길 바라던 사람의 표정은 너무나 무심했다.

"그래서 뭐."

그런 눈빛.

내가 얼마나 바라고, 얼마나 견뎠는지 그는 몰랐다. 알면서도, 모른 척했는지도.


‘인생은 혼자 헤쳐나가는 것’이라 수없이 되뇌었지만,

나는 끝끝내, 함께 걷고 싶었나 보다.

그게 이렇게 무모한 일이었을 줄이야.




깊어지는 늪


"그러면 그렇지. 나한테 좋은 일이 뭐가 있었어."

기쁨은 짧았고, 그 자리에 쓸쓸함이 스며들었다.


불 켜진 거실.

무릎 꿇은 채, 고개를 묻었다.

달빛은 창으로 흘러들었지만, 내 마음속 달은 이미 사그라졌다.

텅 빈 속이 울컥였다.


전화가 울렸다. 남편이었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집에 잘 갔어?"

"어."

"임신돼서 기쁘다. 잘 지내보자."


무미건조.

마치 누군가 시킨 대사를 읊는 사람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어설픈 애씀을 가여워했다.

왜일까. 정말 아둔한 사람은, 그를 이해하려 애쓰는 나였다.


"응, 그래."

억지로 옥타브를 높였다. 짐짓 행복한 척했다.


거짓이 나를 에워쌌고, 나조차 가짜가 아닌가 싶은 감각 속에 흔들렸다.





균열의 시작


나는 묻는다.

진정 바란 게 임신이었을까?

정말 아이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은 걸까?


이건 정글이다.

나아가려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은 늪에 빠지는 기분.

희망은 실낱같고, 나는 숨이 막혔다.


“나도 좋았는데… 너무 피곤해서.”

피곤하다고?

열 번째 시험관 시술 끝에 얻은 성공과 ‘피곤’이라는 말이 나란할 수 있을까?


나는 너를 모르겠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이해하려 애쓰는 나 자신이 너무 아프다.


폭풍 전야


시간은 흘렀고, 나는 어느새 임산부가 되었다.

남편은 더 이상 외출하지 않았다.

우리 사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가장 완벽한 부부의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 안에 묻혀갔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불편한 감정은,

무심하게 고개를 젓고 깊숙이 눌러 담았다.


‘나는 행복해. 나는 정말 행복해. 나는 더 행복할 거야.’


스스로 세뇌하듯 반복했다.

그러면 정말 행복해질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평균대 위를 조심조심 걷는 날들이 계속됐다.

비행기 자세로 중심을 잡고, 휘청거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임산부로서도 온전히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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