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불행의 시작...
출산 후 하루가 지나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졌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할 수도 없었다.
아주 작은 원룸 같은 방.
빨래를 내놓으면 다음 날 문 앞에 놓였고,
음식은 매끼마다 정성스레 배달되었다.
하루 잠깐 아이와 함께했고
나머지 시간은 적막한 방에 홀로 남겨졌다.
불청객 같은 일상
여러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하는 산모도 있었지만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신생아 감염을 예방한다며
남편 외의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됐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남편은
집과 현장을 오가며
퇴근길에 들렀다.
먼지와 오물이 묻은 작업화를 현관에 벗어놓은 남편을 보며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저렇게 먼지를 잔뜩 묻혀오면
아이에게 해가 갈 수 있잖아…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거야?”
그렇다고 오지 말라 할 수도 없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좌불안석의 방문
그것도 모자라
남편은 후배까지 몰래 데리고 들어왔다.
우주복을 사 온 그가
반갑고 고마웠지만
가뜩이나 눈치가 보이던 나는
좌불안석이었다.
퇴근길에 들른 남편에게
급히 저녁을 양보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리모델링 공사 소음은
하루 종일 우당탕 울려댔다.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욕실 틈새에는 집게벌레가 기어 다녔다.
출산 후 찢긴 상처가 감염되었는지
미치게 가렵고 아팠다.
낯선 고마움
식욕은 돌아오지 않았다.
진료를 받으러 나선 길,
아이만 한 인형 ‘네오’가 눈에 띄었다.
네오는 울면 눈물을 흘리고,
젖병을 물리면 쪽쪽 빨았다.
남편이 성큼 사 주었다.
세월이 흘러 네오는
울지도, 우유를 먹지도 못하지만
아이에게는 평생 친구가 되었다.
끝없는 염려
시간을 정해 방에 오는 아이는
올 때마다 눈을 감고 있었다.
감은 눈 안에
눈동자가 있긴 한 건가.
한 줄로 그어진 눈두덩이를 보자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황달로 급히 치료를 받았던 아이라
걱정은 더 깊었다.
간호사에게 물었다.
“눈을 뜨는 걸 몇 번이나 봤다”
는 대답만 돌아왔다.
또 다른 불행의 그림자
한 번도 제대로 눈 맞춤을 못한 아이.
내 품에 꽉 들어차지 않는 기분.
극심한 변비로 음식은 계속 남겨졌고,
공사 소음은 벽을 타고
진동으로 울려왔다.
첫 출산에 괜한 돈 쓰지 말자는 생각에
결국 집으로 퇴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청소에 진심인 남편이
집을 치운 뒤 데리러 왔다.
아이를 돌봐줄 도우미를 구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이의 눈은 계속 감겨 있었다.
눈두덩이를 추켜올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무언가 생동감이 빠져나간 듯 나른한 얼굴.
급작스런 출산에
엄마가 된 내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이를 향한 염려는
하루가 다르게 쌓여만 갔다.
아이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또 다른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