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이야기 Ep.40 — 꼬박 날을 새우며…

우리 집에 스며든 따뜻함, 그때까지만…

by 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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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다리던 아이를 출산하고 집으로 돌아온 첫날, 아이는 꼬박 날을 새웠다.

아니, 단 10분도 자지 않고 울어댔다.

기저귀도, 모유도 소용없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거실을 서성였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싶은 간절함도,

몸을 뉘이고 싶은 마음도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거실 한가운데서 꼬박 밤을 새웠다.





닫힌 문, 막막한 새벽


새벽 내내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안방의 문을 바라보며,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조리원에 더 있을 걸…’

그 생각이 수십 번도 더 스쳤다.


문 너머의 남편.

그 닫힌 문은 내 막막함과 외로움의 상징 같았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와도, 마음은 더 어두워졌다.




무심한 말들


아침이 밝고 산후도우미가 도착했다.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돌아온 건 위로가 아니라 잔소리였다.


“아이가 너무 예민하네요. 안아주면 안 돼요.

울더라도 그냥 내버려 둬야 돼요.

안 그러면 산모가 힘들어요.”


그 무심하고 일방적인 말들은

내 지친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아이를 돌보러 온 사람이 맞나?

“아이를 울리라니, 본인 편하려고 온 건가…”

서글픔에 가슴이 저렸다.



겨울의 찬바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어 병원으로 달려갔다.

1월의 찬바람이 뺨을 때리며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의사는 말했다.

“아이는 아무 이상 없습니다. 환경이 바뀌어 예민해진 거예요.

조금만 더 지켜보세요.”


그 한마디에 눈물이 쏟아질 뻔했지만,

꾹 참고 돌아오는 길,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그냥 걸었다.


출산한 지 이제 겨우 일주일.

단 10분도 자지 못하고, 먹은 것도 없이 강추위 속을 다녀오자니

정신은 아득했다.



찾아온 따뜻함


결국 산후도우미 센터장이 직접 집에 찾아와 사과했고,

도우미는 교체되었다.

새로 오신 분은 눈빛부터 달랐다.


조심스럽고 따뜻한 손길.

“산모는 안방에서 쉬세요. 여긴 제가 돌볼 테니 푹 쉬세요.”

그러나 나는 안방 문을 열 수 없었다.

그저 도우미와 아이 곁에 있고 싶었다.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든든했기 때문이다.


그분은 50대 말의 단정하고 다정한 분이었다.

아직도 비키니를 입기 위해 식욕을 억제한다며 웃음 짓던 모습,

“산모는 잘 먹어야 해요. 소꼬리를 고아라도 드셔야 돼요.”

따뜻한 권유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식욕이 돌아오지 않았다.

기름기라곤 몸서리치는 남편이 떠올라

맑은 미역국만 겨우 삼켰다.




포근함이 스며든 집


그분은 안쓰러웠는지 믹서기로 갈아

새콤한 소스를 뿌린 샐러드를 만들어 주셨다.

그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새콤함과 따뜻한 배려가 내 지친 몸과 마음을 깨우는 듯했다.


밤에도 그분은 말했다.

“산모는 깨지 마세요. 제가 아이를 볼게요.”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워

도리어 밤마다 깨어나 아이를 달랬다.


누군가의 마음을 받는다는 건 이렇게 큰 힘이구나.

작은 호의에도 큰 감사를 느끼는 나는

그저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졌다.


맞아서 피 흘렸던 거실에서,

이제는 아이와 나란히 누워 도우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똑같이 잠을 못 자도 그날 밤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따뜻한 공감이 내 몸과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나는 그 온기를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었다.

모처럼 느껴보는 포근함.

오래간만에 우리 집에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돌아가는 보일러 소리만큼,

우리 집은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날은 참 좋은 날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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