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너덜너덜, 무너져 내린 일상
대장암 4기에 걸려 죽음의 생사에 놓인 언니.
자신의 추태로 나와 아이까지 구렁텅이에 밀어 넣은 남편.
남편은 말한다.
"넌, 나랑 가족이야. 아무리 언니가 암이라고 해도 그건 수술하면 낫는 거지만 나는...
난 지금 구속될지도 몰라. 변호사 선임하고 정신이 없는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나 몰라라 하냐.."
경기할 판이다.
늘 이런 식이다.
일은 자신이 저질러놓고 뒤처리는 애꿎은 내가 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발달장애인 아이를 그리도 인정 못하더니 이제 아이까지 자신의 뒷수습을 위한 도구로 쓰려고 한다.
답답하다.
깊은 한숨이 나를 또 옥죄어 온다.
‘그럴 수 있지. 살다 보면 별일 다 있지.’
스스로 달래 보지만, 왜 유독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누구에게 꺼내나. 변태 같은 남편은 그렇다 치더라도, 짐승 같은 그와의 삶을 이어가야 하는 나는 어떤 감정으로 살아야 할까.
감정 따위는 사치다.
그냥 사는 거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지금은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언니만 생각하자.
분노해도, 소리쳐도, 결국 소용없다.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에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마음 한편이 서글퍼 온다.
왜 이렇게 더럽게 꼬이기만 할까.
왜 나만 끝없는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걸까.
왜 나는 도덕적으로 살고 싶은데, 도덕적으로 살 수 없는 걸까.
왜 나는 누구로 인해 끝없이 추락해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왜? 무엇을 위해?
모르겠다.
잿빛뿐인 내 삶이, 언젠가 희미한 회색으로라도 바래질 수 있을지.
나는 아이를 낳으면 세상이 나를 보듬어줄 거라 믿었다.
불친절했던 삶이 아이의 탄생과 함께 보통의 일상으로 이어질 거라 여겼다.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낳기 위해 수많은 수모를 견뎠다.
아이의 존재는 나를 끊임없이 성숙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남편은 끝없이 나를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어쩌라는 건가.
나는 어쩌라는 건가.
훌훌 털어낼 수도 없고, 털어낸다 한들 달라질 것도 없다.
수없이 기도하며 다짐했다.
‘아이만 제게 허락하신다면, 하나님의 자녀로 모든 것을 바쳐 키우겠습니다.’
그 약속은 지킬 것이다.
그러나 왜 내일을 자꾸 빼앗아가는가.
왜 삶으로부터 나를 도망치게 하는가.
왜 희망을 감추고 절망의 무게만 더 얹는가.
누가 좀 알려주었으면 한다.
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죽어야만 끝이 나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