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시리즈 61화. 물속에서 마주한 현실

불임이 끝나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by 나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무렵이었다.

같은 반 엄마들이 그룹 수영을 함께 하자고 제의했다.

발달이 늦은 아이가 또래와 어울릴 기회라 생각해, 남편을 설득해 참여했다.

그때 알았다.

우리 아이가 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낯선 시선과 첫 경험


나를 제외한 엄마들은 이미 1년 넘게 친분을 쌓아 서로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사이였다.

평소 오픈 마인드인 나는 자연스레 그 무리에 섞였다.


하지만 수영 첫날, 모두가 경악했다.

6세 아이 7~8명을 남자 강사 혼자 맡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물장구치며 즐거워했지만, 내 아이는 수영장 배수구에 시선을 고정했다.

고개를 숙여 물을 바라본 것뿐인데, 다른 엄마들 눈엔 고인 물을 마시는 듯 보였나 보다.


동행한 한 할머니는 크게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도대체 누구 아이냐? 엄마가 관리를 왜 안 하냐? 어머어머, 쟤 왜 저래?”

나는 멍해졌다.

당황스러움과 당혹감이 몰려왔다.

겉으로는 의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나 역시 놀랐다.





부모 역할의 균열


집에서 욕조 목욕을 즐기던 아이에게는 넓은 수영장이 새로운 자극이었다.

나는 아이의 호기심을 존중하며 경험을 더 늘려주자고 다짐했다.

마침 수영장이 집에서 5분 거리였고, 자유수영 이벤트도 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제안했다.


“샤워실, 탈의실은 아빠가 함께 해줘. 놀아주는 건 내가 다 할게.”


그러나 남편의 첫 반응은 늘 같았다.

“아, 네가 데리고 다녀. 내가 왜?”

무관심. 거절. 짜증.

아이의 늦은 발달에 대해서도, 병원 진료 결과도, 남편은 언제나 귀를 막았다.



함께해야 하는 길


수영 외에도 미술 활동을 병행했다.

하지만 아이는 차례를 지키지 않고, 딴짓을 하고, 선생님 말에 집중하지 못했다.

나는 마음이 오그라들었다.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하던 나였기에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두 수업을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다른 엄마들은 오히려 환영했다.

그래도 몇몇은 나를 이해하며 친분을 이어갔다.

키즈카페에 가도 다른 엄마들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지만, 나는 혼자 겉도는 아이와 몸으로 놀아야 했다.




불임의 또 다른 굴레


나 역시 처음이었다.

그리고 남편도, 물론 처음이었다.

하지만 내 삶은 더 깊은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불임으로 10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아이를 얻었다.

그 순간, 내 인생의 정막이 거둬지고 환희가 올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또 다른 굴레였다.


“임신도 못하는 ㅂㅅ 주제에.”

그렇게 불렸던 내가, 아이를 낳고 나니

“ㅂㅅ이 ㅂㅅ을 낳았네.”

라는 말로 바뀌었다.


나는 다시 묻는다.

이대로 영원한 루저가 되어야 하는가.

답이 없다.

하아...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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