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서 말했 듯이 내 인생은 참 돌이켜보면 풍파가 많은 인생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왕따였다. 대학교에 가서는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져 정말 죽일듯이 싸웠다. 대학교 학점도 좋지 않았고, 공연계에서 일한답시고 방황하느라 취직도 늦어졌다.
첫 직장이었던 학원은 벌이는 괜찮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
결혼하고 나서는 더 대단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후원을 받겠다고 돌아다니는데 그마저 돈도 제대로 벌지 못했다. 달에 50만원 이상 가져오면 많이 가져오는 달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때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왜 내가 언젠가는 성공할거라는 확신을 가졌는지, 영업도 못하면서 뭐가 좋다고 그 회사에 붙어 있었는지.
아마도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쪽팔리니까.
그리고 그 시간을 내 옆에서 같이 버텨준 사람이 있다. 우리 와이프다.
지금도 어머니는 아내에게 종종 이런 말을 하신다. 아마 많은 유부남들이 들은 말일 것이다.
“우리 아들 데리고 살아줘서 고마워.”
내가 우리 와이프랑 연애할 때 처음으로 집에 인사하러 데려갔을 때, 우리 어머니가 엄청 좋아했었다. 나중에 우리 어머니가 우리 와이프 보고 "아, 얘는 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고 했었다.
처음 만난 그 날 우리 어머니가 와이프한테 한 말은 더 가관이었다.
"우리 00이가 가진 건 없어도 바람은 안 필 거야. 아마 여자문제로 속 썩이는 일은 없을거야.”
아니, 도대체 얼마나 아들 자랑을 할 말이 없으면 그런 걸 장점이라고 말하는거지. 아마 유복한 집의 외동딸로 곱게 자란 아내에게 가진 것도 없는 아들과 결혼하겠다고 온 예비며느리가 미안했고 고마웠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 당시에 내세울 건 별로 없는 처지였던 터라 별로 할 말은 없다. 실제로 장인 장모님은 지역 유지에 가까운 분이고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들과도 잘 알고 있으며 큰 교회에서도 발이 넓은 분들이었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전문직 가진 사람들의 선자리 제의도 많이 들어왔었다.
그런 선자리를 가진 것 없는 나 만난다고 다 거절했으니 장인장모님 눈에는 내가 얼마나 미웠겠으며, 우리 부모님은 그런 와이프에게 얼마나 미안했을지 짐작은 간다.
그때 아내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어머님. 00이가 장점이 엄청 많아요. 어머님이 모르셔서 그래요.”
우리 와이프는 참 현명한 사람이다. 실제로 내가 그런 장점이 없다 하더라도, 집안을 위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아는 센스가 있다. 그런 사람이 왜 남편 고르는 눈은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선택은 와이프를 만난 일이다. 와이프를 만났기 때문에 지금의 두 아들도 만나서 내가 이런 분에 넘치는 행복을 누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인생은 다른 모든 것을 잘못 선택해도,
딱 하나만 제대로 선택해도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