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보다 중요한 리듬,일상 속 피로와 회복의 반복

『그래도, 오늘은 다르게 살기로 했다』

by 레토

가장 먼저 책의 가운데 보이는 시계 그림과 하단부에 적혀있는 ‘야무진 루틴’이라는 부분에 눈이 갔다. ‘루틴’이라는 단어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읽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다르게 살기로 했다』는 기획자 이윤정님을 비롯한 10명의 저자가 각자의 ‘작은 변화’와 ‘야무진 루틴’을 기록한 책이다. 하루를 새벽,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누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르게 살아보려는 시도들이 담겨 있다.


꼭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익숙한 일상에서 오늘은 이만큼, 내일은 또 이만큼 ‘조금씩 다르게 살아보자’라고 마음먹는 것과 그걸 계속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숨구멍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완벽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리듬찾기

3년 전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미라클모닝’을 일 년간 해본 적이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책을 읽고 손으로 필사도 하면서 내 시간을 밀도 있게 채워보려 했다. 목표는 100권의 책 읽기와 100권의 필사였다.


그런데 완벽한 하루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나를 조이기 시작했다. 유독 아침잠이 없는 아이는 5시쯤 지나면 철커덕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다다다다 걸어 나왔다. 이 깜깜한 시간에 도대체 왜! ‘잘잤어?’ 라며 반겨줘야 하는데, 이어지는 아이의 끝없는 재잘재잘은 더 자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새벽 기상을 한 보람은 가져가 버렸다.


아이는 오후 1시면 학교에서 돌아왔고 하루 종일 “엄마, 이거 봐봐”, “엄마, 이리 와봐” 하며 나를 찾았다. 나만의 흐름은 수시로 끊겼고 집안일과 아이 공부까지 챙기다 보면 내 시간을 온전히 누릴 틈이 없었다.


결국 일 년 목표는 성공했고 하루하루 해내는 건 기쁘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지쳐 있었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벽하게 지키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놓치지 않아야 했다. 성취도 좋지만 나에게 맞는 리듬을 찾는 게 더 오래 가는 힘이 된다는 걸 늦게 알았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와 함께 6시에 일어난다. 이제는 조금 커서 그런지 마주보고 앉아 각자의 아침 시간을 보내지만 여전히 10분에 한 번씩은 “좀 조용히 해줄래?”를 말해야 하지만 수면부족에서 오는 세모눈은 뜨지 않게 되었다.


기록만큼 멋진 소통의 매력이란?

처음엔 읽은 책과 필사한 문장을 어딘가에 정돈해 두고 싶었다. 눈에 밟히는 문장들을 조금 더 단정하게 남기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어딘가에 남기지 않으면 금세 잊히는 문장들이 아까웠고 조금 더 단정하게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글을 하나씩 남기다 보니, 기록의 힘은 단지 혼자만의 저장이 아니라 연결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글에 공감하고, 또 내 글에 머물러주는 마음들이 생겨났다.포스팅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드는지 직접 겪고 나니 다른 이웃들의 글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다.


단순한 정보나 취향 공유를 넘어 글 쓰는 시간 속에 담긴 정성과 진심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든 이웃과 매일 소통하는 건 어렵지만 그날그날 마주하게 되는 글들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도 배우고 뜻밖의 공감에 따뜻해지는 순간들도 생겼다.


이 기록들은 이제 단순한 독서 노트가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세상과 연결되는 조용한 창이 되어주었다. 혼자 읽고 혼자 쓰던 기록이었지만 이젠 그 문장들이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히 닿기를 바라며 브런치에 한 줄씩 옮겨 적어보기로 했다.

완성도보단 꾸준함을 택하는 건 어때?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저자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시간에는 나도 모르게 ‘완전 맞는 말이에요’, ‘어? 그런 게 가능하다구요?’, ‘진짜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요? 저는 도저히 상상이 잘 안되네요’, ‘제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셨나요?등의 혼잣말로 반응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 ‘무엇으로 나를 지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생각을 멈추지 않고 질문을 계속 붙잡아보려는 자세 외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낯선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시간을 견디는 일이 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글을 쓰다 멈췄다 머뭇거림의 틈 사이 생각이란 것이 채워지는 느낌이다.

글쓰기가 어느새 익숙한 일상이 되어가면서 나만의 감정과 시선도 조금씩 자리잡혀가고 있다.나는 일단 완성도보다 꾸준함을 택하기로 했다.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가다 보면 완성도라는 친구는 내가 인식하지 못하는 찰나 어느새 내 옆 좌석에 타고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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