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을 보고나서

①불속성 K-장녀의 여러 사견들, 불 속성?

by 도비

어제 급작스럽게 엘리멘탈을 보게 되었다. 주변에서 너무 재밌게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시간날 때 꼭 봐야지! 다짐하고 계속 미루고만 있었는데 때마침 적당한 타이밍이 어제 저녁이었지 싶다.


토이스토리, 인사이드아웃 같은 애니메이션 기반 영화들을 정말 좋아하고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나여서 이번에는 어떨지 궁금하긴 했는데 영화가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결국 또 울고 말았다. 울었다가 웃었다가하며 정말 즐겁게 봤던 것 같다.


어떤 장면이 내 눈물샘을 자극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앰버의 여러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둥바둥 살아가려는 모습, 그와중에 문제에 봉착하면서 열불내는 모습, 열불내다 일을 망치는 모습, 불같은 성격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는 모습, 뜬금없는 곳에서 나오는 의외의 창의성(?), 그리고 웨이드와의 관계성,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K-장녀의 여러 모습들까지.


도전적이고 불같은 내 모습이 때론 좋았지만 늘 장단점이 있기 마련. 예전이나 지금이나 진득하게 한 가지를 하지도 못하고 여기저기를 방랑하며 다니고 있는 중이다. 남들이 보는 나는 사실 이렇지 않은 것은 어느정도 알고는 있지만 내가 보는 나는 그렇다. 내가 뭘하고 살아가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온전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으니까. 나는 내가 산만한 것을 너무 잘 아니까, 남들에겐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것 일수도? 산만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지만 꾸준히 산만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이 지속되면 그건 성실한 것이 되더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생산적 산만함은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산만함을 억제할 만큼 재밌는 것이 공부중에는 수학이었고, 땀 흘리는 헬스나 러닝도 그에 해당하는 것 같기도 하다. 수학문제를 풀 때면 쉴새없이 손을 움직이며 계산하고 계산식을 뽑아내기 위해서도 연습장에 주렁주렁 무언가가 써진다. 헬스를 하면 몸을 힘들게 움직일 뿐만 아니라 힘들어서 다른 잡생각이 안난다. 러닝도 쉴새 없이 팔치기와 다리 굴리기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굉장히 산만하다. 그와중에 숨까지 차고 최대심박수 가까이가는 높은 강도의 달리기를 하면 정말 힘들어서 아무 생각을 못한다. 나도 모르게 그 대상에만 집중이 되는 그런 느낌을 예전부터 즐겼던건 확실하다. 나의 산만함을 최소화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늘 그랬기에 산만하지 않고 잔잔하고 꾸준하면서, 감정기복이 크지 않은 사람이 늘 동경의 대상이었고 내가 그런 모습까지 가지게 된다면 그게 비로소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도 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은 내 기준 성숙한 어른의 모습에 가까워 배울 점이 있어보였던 어떤 남자였다. 그렇지만 불같은 나는, 비슷한 불이지만 차분한 불에 끌렸던 것 같다. 불같은 사람들이 꽤나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삶을 살고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고. 뭐 활활 타오르던 불이든, 차분한 불이든 불은 불이다. 앰버에게 웨이드가 필요했듯, 불에겐 물이 필요한 법인데 나는 불이면서 늘 불같은 사람을 갈망했다. 왜 그런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불에 대한 갈망은 늘 한 자리에 있고, 심지어 지금도 그런 것 같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빛나는 불을 찾고 있다는 것이 더 맞는 말 인 것 같기도 하고.


불인데 불을 갈망하다보니 내 연애는 늘 그렇듯 쉽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간의 에피소드들이 지나가면서 계속 울 수 밖에 없었다. 그와 별개로 또 영화속 엠버와 웨이드, 불과 물 가족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짜임새있어서 정말 집중력있게+나의 이야기까지 덧붙여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못 다한 소감들은 다음편에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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