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를 지켜보는 일본의 노림수
1.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6월 9일, 아베가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한번 만나겠다고 합니다. 저번에 갔을 때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기는커녕, 대일 무역수지 적자나 해결하자는 소리를 듣고 말았죠. 그럼에도 미일 회담을 다시 하자고 달려든 이유는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주고, 무언가를 받아내기 위함이 분명하며 개인적으로 이 상황은 한반도 평화에 그리 도움이 안 되는 노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가 얻고 싶은게 무엇인지겠죠?
하지만 2018년 5월 31일, 미국에서 일어진 북미 실무협상이 조기 종료되었습니다. 이건 합의점을 빨리 찾았다는 이야기죠. 만약 합의점을 못 찾았다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렬'을 외쳤을 텐데, 오히려 12일 회담을 기대한다고 트윗했거든요.
이미 북한-미국간에 합의점을 찾았고, 회담이 확실해졌다는 뜻입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미국에 가는 일본, 그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2. 독일과 일본은 2차 대전의 전범국가 중 하나죠. 독일은 나치, 일본은 이런 독일 편을 들다가 미국이 석유수출을 금지하자 미국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패전국이 되죠.
하지만 이 두 나라의 행보는 달라지게 됩니다. 이건 굉장히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있는데 중요한 것 하나만 들자면 강대국의 이익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독일의 경우, 그들을 분할 통치한 국가들은 무기 수출선 봉쇄라는 간접피해를 받은 미국을 제외하면 독일에게 직접적으로 두들겨 맞거나 맞을뻔한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독일의 힘을 빼놓을 필요가 있었죠. 분할 통치하면서 기존의 권력체제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에게 권력을 넘깁니다.
이들은 과거사에 대해서 자유로웠고, 전범들을 비난할 명분을 가지고 있었죠. 그게 자기 권력에도 이로웠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독일의 이념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70년,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의 위령비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앞으로의 독일을 받아들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후 단순한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인 책임을 다한다는 것을 이념으로 삼습니다.
3. 다만 일본은 반대 상황이 됐습니다. 격렬한 저항을 예상하고 정예병을 이끌고 일본 본토에 진격한 미국, 하지만 일본은 '수뇌부가 항복한다고 말하면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나라입니다. 별다른 저항도 없이 일본을 제압한 맥아더. 하지만 이내 골치 아픈 것을 깨닫습니다. 이 사람들이 다른 건 다 참아도 그 우두머리인 '덴노'를 쳐내면 격렬히 반항할 것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독일과 같이 우두머리를 쳐내는 방식을 못쓰고, 낙농국으로 만들어서 힘을 빼려는 수를 쓰지요.
하지만 한반도 전쟁이 이 계획을 망쳐버립니다. 당시 공산주의의 영향이 커지는 것을 막고 싶던 미국은 어떻게든 소련의 남하를 막아야 했습니다. 일본마저 공산권이 되면 아시아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덕분에 일본은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었고, 전범 청산이 되지 않은 채 2차 대전의 망령들의 후예가 정권의 중심에 박혀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 심한가 하면 현재 125대 덴노인 아키히토 덴노가 '과거사에 사과하며 화해를 위해 고개를 숙일 것'을 천명해도 정치가들이 무시하는 수준입니다.
독일은 전범을 비난해야 권력자들의 힘이 강해지는 반면, 일본은 전범을 감싸야 기득권의 힘이 강해지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베 신조 총리가 있습니다.
4. 아베는 여러 가지로 특이점이 많은 총리입니다. 우선 아베는 전후 세대 최초의 총리죠.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부모의 전범행위를 자식에게 물릴 수는 없기에 그는 전쟁책임에서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의식은 오히려 전범 세대를 철저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는 사실상 제대로 역사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어디 가서 남의 나라 왕비를 시해하고, 30만이나 되는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는 경쟁을 했다는 것을 자국민에게 가르칠 수는 없죠.
지금 정치가들이 '한국, 중국에 대한 과거사 망언'을 쏟아내는 이유는 현재 주요 유권자층, 노년층의 역사교육이 잘 안돼서 한국, 중국 등 피해국의 비난을 정말 뜬금없는 트집으로 여기는 것, 정치가가 이런 교육을 받았든 안 받았든 이를 선거에 활용하는 것 그리고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정책노선으로 삼은 것 등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이런 권력체제를 굳힌 것이 자민당 체제를 만들어낸 정치인,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인 아베 신조입니다. 그 전에는 회전문 총리라던 일본 자민당의 권력기반을 안정시키고 자민당의 지지율을 안정시킨 데다가 아베노믹스로 엔고로 무너지던 일본 경제를 잡아낸 사람이죠 (물론 이건 큰 문제가 있는 정책입니다만).
5. 현재 아베 총리는 두 번째 총리 취임입니다. 2005년 1차 내각에 취임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때 아베는 '친한파 총리'였습니다. 일본의 책임을 통감하고 과거사, 위안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선을 보였죠. 정말 지금 보면, 이게 뭔소리야 싶지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런 태도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선 첫 번째 계기는 2007년 자민당 패배입니다. 그가 총리 취임하자마자 온갖 스캔들이 터졌고, 오죽하면 잘 변하지도 않는 일본 국민들이 분노, 36석을 얻는데 그쳤죠. 아베는 직, 간접적으로 자민당 몰락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는 결국 복합적인 이유로 총리를 사퇴하죠.
그는 1년 정도 지난 뒤인 2008년 본격적인 정치재개를 실시합니다. 이때 그에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요. 바로 MB의 난 되겠습니다. 네 그 MB 맞습니다.
아베는 예전에 빨리 찾아온 레임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민당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야 했죠. 그런데 마침 대한민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일왕 사과 요구', '독도 방문' 등 무너져가던 이명박 정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잇다라 자극적인 카드를 꺼냅니다.
이때 아베는 노선을 바꾸지요. 일본의 존엄성과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과 맞서 싸우겠다는. 이후 그는 친한파의 간판을 벗고, 우경화를 노선으로 택합니다. 민주당 시절 각료들이 폐지한 야스쿠니 참배를 다시 실시, 한국과 중국을 비난하는 등 강경노선을 취하죠. 그렇게 우리가 아는 아베가 만들어졌습니다.
6. 현재 아베는 우경화 정책의 완성을 위해서 평화헌법을 폐지, 자위대를 일본의 군대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여론은 평화헌법 폐지에 부정적인데, 이건 일본인들이 전쟁을 싫어한다기보다는 경제가 어렵고 국민이 가난한데 쓸데없는데 돈 쓰지 말라는 움직임에 가까워요. 이런 문제때문에 제 생각에 아베는 이 반대가 장기적인 장애물이 아니라고 보는 듯 합니다. 아베노믹스와 함께 밀어붙이면 될 문제로 본 것이죠. 그래서 북한 위기를 다시 활용했지요. 핵문제, 납북자 문제 등등.
CIA가 북한 붕괴 시에 만든 시나리오 중에는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이 북한을 1/4씩 쪼개서 분할 통치하는 시나리오가 있을 정도로 일본은 이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국에 로비를 했을 수도 있겠고, 방위비를 아끼고 싶어 하는 미국이 사실상 그들 편인 일본을 끌어들인 것일 수도 있겠죠.
저번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피해자 합의 없이 처리한 것도 사실 미국의 압력이었다는 분석이 있었죠. 이게 맞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방위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본을 재무장시켜야 했고, 이를 위해 껄끄러운 한국을 정리하기 위해 이를 강권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여하튼 북한 위기를 잘 굴리면 아베에게는 도움이 될 상황이 많습니다. 우선 6.25 한국전쟁 때처럼 전쟁 특수가 일어날 수 있죠. 군사적 영향을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는 함대를 배치할 수 없는 곳에 파병도 가능하죠. 슬프지만 결국 전쟁은 돈이고 이를 활용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게 우경화를 위한 중간 시나리오였죠.
7. 그래서 북핵이 위험하다, 남북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군대를 한반도애 보내 자국민을 수용해야 하니 한반도에 자위대를 주둔하게 해달라는 뻔뻔한 소리를 하고 있었는데 북한과 남한이 종전협상을 하고, 미국이 껄끄러워하던 핵도 철수한다니 다급해진 겁니다.
이렇게 우경화 정책마저 흔들리고 있는데 1차 내각 때부터 그를 괴롭히던 스캔들이 재집권한 지금 4차 내각에서 또 터진 겁니다. 바로 모리모토 학원 부지 스캔들이죠. 뿐만 아니라 카게 학원, 자위대 문서 조작 등 그동안의 온갖 부정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수준입니다.
지지율 30% 미만, 일본 정치에서 이 정도면 사실상 없는 수준이고요, 지금 다시 조금씩 오르고 있긴 합니다만 지금 아베는 무언가 결실을 얻어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9월 중의원 선거에서 또 깨질 수가 있습니다. 다급한 거죠.
결국 남북미 평화회담에서 무언가를 얻어내야 아베가 살아납니다. 그리고 여기서 노리는 무언가는 '재무장'이겠죠.
그리고 과거사 문제도 걸려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남한과는 합의자가 모르는 배상을 끝냈지만 북한에는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거든요. 분명히 외교권을 회복한 북한은 일본에게 식민지배로 인한 피해 배상을 요구할 겁니다. 일본은 살고 싶으면 북한 개발사업에 뛰어들어야 할 판이고, 물어 줄 수밖에 없으며 이렇게되면 전범국가 일본의 과거가 열도를 뒤흔들 겁니다. 이것 역시 초치는 이유겠죠.
8. 앞으로 일본의 아베 정권은 남북평화에 골치 아픈 가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전 선언하면 물러날 거라고요? 전혀요. 재선을 위해, 자민당 재집권을 위해 모든 수를 다 동원할 겁니다. 그 카드가 바로 일본군대 부활이며 한국과 중국입장에서 반성조차 안한 일본의 재무장은 참 부담되는 카드일겁니다.
평화회담이 성공하면 일본은 그들이 열심히 돈 들여서 키운 미국의 친일관료, 반 트럼프 진영, 평화회담으로 입지가 좁아진 무기상, 국방관계자 그리고 트럼프를 무너뜨려야 하는 민주당을 주특기인 돈으로 후원할 겁니다. 이미 CNN, 워싱턴포스트는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죠. 인터넷 판으로 보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 텐데 서점에서 외국 신문 파는 코너에 가서 1면 광고가 뭔지 한번 보세요. 이미 판은 시작됐습니다.
트럼프가 회담 성공뿐이 아니라 이후에도 여기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남한, 북한은 말할 것도 없죠.
앞으로 많은 방해가 있을 겁니다. 성사되어도 이간질을 하기 위한 시도가 있을 겁니다. 전쟁 없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고자 합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PS : 중국 쪽은 일단 이걸 봐주세요, 다음에 한 번 더 정리하죠. 최근에 협정선언국임을 인정했다는데 이쪽도 꽤 급한 모양입니다.
PS : 왜 역사 컨설팅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느냐, 이것이 이 나라의 아픈 역사를 치료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