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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Nov 22. 2019

지소미아 종료 D-day 0일

지소미아, 방위비, 안보



예전에 엄청난 히트수를 기록했던 글... 이 갑자기 히트수가 늘어나서 뭔 일인가 보니 2019년 11월 22일이 일본이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날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 글은 브런치 북 공모전에 응모한 <일본 졸업>에 실린 원고의 일부를 발췌, 정리하였습니다. 읽어보시고 괜찮으시면 좋아요 한 번 눌러주세요. 잘되면 책으로 출간될 수 있습니다. 원고는 이미 다 써놨거든요.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인가?


아마 지소미아 종료에 관한 내용은 미국에 사전 통보가 되었을 겁니다. 일본이 소재를 적국에 수출한다는 트집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협약은 무의미하니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말했을 거예요. 이는 미국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미국은 설마 한국이 <일본이 말도 안 되는 무역제제>를 철회하지 않는다며 진짜 지소미아를 종료할 줄은 몰랐을 겁니다. 그러자 온갖 압박을 시작했지요.

결론적으로 이 멘트는 무시하시면 됩니다. 트럼프, 미국은 절대 주한미군을 철군시킬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이유: 선거전에는 일자리가 중요합니다.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28500명의 일자리, 이를 운용하기 위한 병기 납품처를 지금 시점에 날릴 수 없습니다. 실업자를 늘리고 무기 수출을 줄이는 건 대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그냥 협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비즈니스 맨> 이거든요. 


두 번째 이유: 미국 국방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괜히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가 미국 본토를 제외한 해외 기지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구 허브도 해외 기지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역사를 보면 미국은 항상 자신을 무력, 경제로 위협할 세력 옆에 부대를 둬서 견제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 군비경쟁이 치열한 지금 주한미군을 철수할 이유는 없습니다. 실제로 조선일보가 주한미군 철수 관련 오보를 내자 강한 어조로 신속히 반박한 것은 미국 국방부(펜타곤)입니다.


이 정도면 굉장히 강한 어조로 반박한 겁니다 . 멱살잡을 분위기군요. <출처: 미국 국방부>
미군은 절대 철군하지 않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도 설령 우리가 방위비 5조를 안 낸다고 해도 미군은 절대 철군하지 않습니다. 5조는 그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일 뿐이에요. 그러니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단 앞으로 일이 복잡하게 돌아가긴 할 겁니다. 우리도 우리지만 미국이.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 방위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고 미군의 위험도 증대될 것이다."라고 말했죠. 말 그대로입니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미국의 지휘를 받는 일본군이 한국군을 지휘하는 동아시아 전략에 지장이 생기거든요. 안보 플랜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입장에선 복잡해진다는 말을 할 만도 합니다.



일본은 왜?

일본의 반응은 더 희한하군요. 지소미아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한국은 계속 다시 생각해보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거 일본인을 잘 아는 제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아쉬운 소리를 하기는 싫으니 한국이 알아서 비위를 맞춰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소미아의 효용성을 돌아보죠. 우리나라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마자 탐지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수십 초에서 수분이 지난 뒤에서야 탐지가 가능하죠. 현대 기술에서 이미 수십 초라는 시점에서 미사일은 목표지를 타격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본의 입장에선 굉장한 불안요소죠.


반면 한국은 일본 영해권을 넘어서 떨어진 미사일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저 어느 지역에 떨어졌다는 것이 파악될 뿐 정확한 피해규모는 알 수 없어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남에 땅에 떨어진 미사일을 굳이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있나요?


이래서 지소미아가 우리에게 별 필요가 없는 겁니다. 있으나 마나 한 조약이에요. 다만 지소미아는 결코 가벼운 조약은 아닙니다. 


2016년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미군이 필요할 경우 자위대를 한국에 파견하는 것이 논의되었다.'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는 당시 행정부가 체결한 지소미아와 연계된 ACSA(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를 언급한 겁니다. ACSA는 지소미아의 다음 단계로써 


자위대가 타국과 물자, 용역을 상호 제공하며
이를 위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주둔할 수 있는 조약을 말합니다. 


즉 지소미아 뒤에는 ACSA 체결이 따라올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ACSA가 속도를 못 낸 이유는 문대통령께서 '미국은 우방이지만 일본은 아니다'라고 말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한다(Understood)'라고 답했기 때문이겠죠. 


일본의 목적은 지소미아도 지소미아지만 ACSA에 가깝습니다. ACSA는 일본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한 조약이거든요. 


첫 번째 이유: 일본, 정확히 말하면 아베와 일본회의로 대표되는 우익은 자위대를 국방군(전쟁이 가능한 군대)으로 바꾸는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문제는 헌법 개정이 어렵다는 거예요.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아베는 2020년 중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다시 한번 헌법 개정을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ACSA는 중요한 빌미죠. 


일본군이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군대를 파견해야 하는데 법 때문에 안된다.
그러니 법을 개정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일본 정부는 반한, 혐한 감정을 바탕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 일본 정부의 요인들은 한국을 예전에 자신들이 지배한 낮은 수준의 나라로 보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무역규제도 모자라서 남의 나라 법원의 판결을 바꾸라고 명령하는 게 그 증거죠. 이 혐한 기조가 유지되는 배경은 성장하는 한국에 대한 불안감인데 '지켜준다'는 것은 이 불안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거죠.


다른 이익도 있습니다.

한국에 일본이 주둔비를 물릴 수 있습니다.


설마 일본이 ACSA하나 믿고 공짜로 자위대를 주둔시키겠어요? 그에 걸맞은 주둔비를 한국 정부에 물릴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들이 적성국가에 불법물자 수출하는 주제에 한국에게 떠넘기는 나라의 군대를 자국에 끌어들여서 돈까지 주는 신세가 되는 거죠. 


이러면 진짜 안보 망가집니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은 우리 안보에 가장 강력한 적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 바로 군사기술입니다. 언론에서는 지소미아에는 정보교환만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부속으로 군사기술 보호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런 정보교환 과정에서 기술유출이 되면 곤란하거든요. 


아베가 헌법 개정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군수산업 때문입니다. 어느 나라든 군수사업이 제일 쏠쏠하거든요. 그리고 한국은 의외로 뛰어난 군사기술을 가진 강국입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의 주력 전차는 무려 세계 최강 독일제를 제치고 채용되게 생겼어요. 


하지만 일본은 이런 돈을 못 벌어요. 왜냐하면 평화헌법 때문에. 전쟁이 가능한 국가를 추구하는 이유는 추락하는 일본 경제를 지키기 위한 군수사업 활성화에도 있습니다. 이미 헌법을 재해석해서 이스라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가 무슨 역할을 하냐고요? 발목 잡기 딱 좋아요.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이 레이더를 갖고 입찰한다고 쳐요. 이 상황에서 일본이 딱히 유리하지 않다면 지소미아를 제시하면 됩니다. 한국이 지소미아 위반했다. 우리 일본의 레이더 기술을 유용한 제품이므로 입찰 취소를 요청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는 증빙도 하고 때로는 사찰도 받아야겠죠? 하지만 사는 입장에선 귀찮은데 말려들기 싫으니 그냥 일본거를 선택할 겁니다. 이를 응용하면 굳이 일본이 입찰을 안 해도 한국 군수산업을 발목 잡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목 잡히면 경제도 경제지만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군수산업이 강한 이유가 우리가 휴전 국가라서 그렇거든요. 휴전이니 병기는 대량으로 찍어내야 하고 대량으로 찍어내니 가격은 싸지고 그러니 세계 시장이 한국무기 생큐 하면서 마구 사들이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판로가 막힌다면 생산은 그만큼 줄어들고 국방비는 그만큼 뛰어버립니다.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타격이 옵니다. 이는 일본이 2007년 지소미아를 강하게 거부한 이유와도 상통합니다(자기들은 안 한다면서 우리에게 강요하는 심보가 고약하군요). 


이런 이유로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의 여러 가지 전략에 큰 타격을 주게 됩니다. 



지소미아는 연장될 것인가?

나중에 개정해서 다시 한다면 모를까 절대 안 된다고 봅니다, 일본이 물러서지 않는 한 오늘 종료됩니다. 우리나라가 사과하면 체면이 깎인다고 사과를 안 한다면 일본은 명분까지 잃어버립니다. 한국에 강제징용을 빌미로 무역규제를 걸어놓고 그것 때문에 밀리는 마당에 무역규제를 건 것을 사과하고 철회한다는 것은 일본에게는 패배이며 이렇게 되면 헌법 개정은 고사하고 정권유지도 힘듭니다. 본인들이 반한 감정을 키워놓은 것이 역으로 돌아가거든요. 한국에게 지다니 일본의 수치!! 뭐 이런!?


애초에 본인들이 나설 수 없어서 미국에 자꾸 공을 던지는 거예요. 그리고 미국은 한국보단 일본에게 비중을 더 두고 있으니 한국을 압박하는 거고요. 예? 왜 일본> 한국이냐고요? 전통적인 펜타곤의 입장은 한국은 문화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까운 나라이며 무역의존도도 중국 쪽이 높지만 일본은 반대입니다. 양쪽 모두 미국 의존도가 높거든요. 그러니 일본이 말을 잘 들을 거라고 확신하는 겁니다. 최근에 일본이 호르무즈 파병도 결정했죠? 정말 말 잘 듣습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선 국가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렸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입장에선 강제징용 판결 무효가 걸렸기 때문에 


양국 정상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걸렸기 때문에 지소미아는 종료될 겁니다. 뭐 이후의 정국은 더 복잡해질 겁니다. 한일관계도 더 나빠지겠죠. 그러니 지소미아 종료 철회하라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나를 때린 사람한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바보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습니까?


단순한 자존심이 아니라 군사, 무역, 경제적 지위를 위해서도 일본한테만은 절대 굽혀서는 안 됩니다. 뭐 성의를 보여준다면 다시 지소미아 해주면 되고요. 단 독소조항은 없애고요.


그리고 새로운 조약은 미국의 입장만을 강요한 것이 아닌
우리를 자주국가로 대접한 동맹에 걸맞는 조약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메일: inswrite@gmail.com

브런치: https://brunch.co.kr/@hdyoon


저서: <조선 리더십 경영>


이에 관련된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브런치 북 <일본 졸업>이 정식 출간되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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