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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Sep 14. 2017

잃어버린 시간을 후회 망상하다

도쿄 후회 망상 아가씨

1. 한국에선 아는 사람만 알지만 일본에서 지명도는 높은 만화가가 있다. 자전적인 만화는 2016년 일본 만화대상, 2011년 작품은 일본 여성이 꼽는 좋은 만화 3위에 올랐고, 장편 작품은 죄다 드라마화가 될 정도의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東村アキコ)씨다. 


한 아이의 엄마이며 욘사마에 빠져 한류를 알게 되었고, 강동원에 빠져 팬미팅을 위해 한국까지 와서 강동원과 대면할 정도의 평범한 아줌마의 최신 연재 작은 '도쿄 후회 망상 아가씨(東京タラレバ娘)'다. 


2. 이 평범한 아줌마는 왜 이 작품을 그리게 됐을까? 작가가 자신이 평범한 선택의 무게를 다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 주위에는 참 예쁘고 잘 나가는 여성들이 많았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작가는 혼자서 멋지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그녀들이 후회를 하더란다. 무엇을?


작가처럼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삶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그녀들은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나이가 되어서야 자기 앞에 놓인 고독의 무게를 알게 된 것이다.

3. 작품의 주인공은 린코, 카오리, 고유키라는 33세의 여성들이다. 이들은 연애 관련 이슈가 모이면 출동이라는 명목의 술판을 벌인다. 그녀들에게 연애의 가치는 나이가 들수록 무게를 더하지만 그녀들의 연애는 쉽지 않다.


드라마 작가 린코는 23세 때 모든 것이 서투른 숙맥 AD에게 고백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낮은 입지와 어수룩한 태도에 실망한 린코는 그를 거절한다. 하지만 10년 후, 그는 작가 입장에서는 절대 권력인 드라마 PD가 된다. 그제야 원석이 다이아몬드가 된 것을 느끼지만 그는 자기의 어시스턴트인 19세 마키와 연인 사이가 된다.


네일숍을 운영하는 절세미녀 카오리는 20대 초반에 별 볼 일 없는 밴드의 기타리스트와 사귀다가 그의 무능함에 절망하고 잘 나가는 다른 남자와 사귄다. 하지만 그 연애는 파국으로 끝나고 33세의 그녀의 앞에는 인기 그룹의 기타리스트가 되어 10살 연하 모델과 연애하는 전 남자 친구가 비친다.


주변사와 선을 긋던 고유키는 어느덧 닥쳐온 고독의 무게를 알고 30대가 되어 연애감정에 눈을 뜬다. 그런 눈 앞에 이상형의 남자가 나타나지만 그는 별거 중인 유부남이었다. 


이 만화는 이 세 사람의 감정을 여성의 시선으로 친구를 보는 것 같은 애정을 담아,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이 작품이 무게는 독자에게 남다르게 느껴진다.

당신들이 놓친 선택은 돌아오지 않아. 이제 스스로 일어서야 할때야.

4. 브런치 주인도 30대 후반이 되니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한다. 지나갔던 인연, 지나갔던 선택을 떠올리게 된다. 개중에는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선택이 있으며, 그 무게는 삶을 살면서 점점 무게를 더한다. 그리고 그 무게는 무거운 질문을 소리 없이 던진다.


없는 시간을 후회할 것인가, 남은 선택에 집중할 것인가


세 여성은 뒤늦게나마 연애를 하기 위해 맞선 파티에도 나가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덧 그들이 더 이상 선택받는 나이가 선택에 집중해야 할 나이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좋은 선택은 회전초밥의 접시처럼 나중에 다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 좋은 선택은 다른 사람이 다 채가는 것임을 알게 된다. 


5. 작가는 이 작품을 주변의 올드미스를 위해 썼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이 연재되자 올드미스뿐만이 아니라 한참 젊은 20대 여성은 물론 남자들도 마음이 아파 못 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가는 말로는 놀랐다고 하지만 반은 예측한 모양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남은 기회에 최선을 다하라. 이런 말을 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절절하게 사람에게 무게 있게 던지는 책은 드물다. 후회 망상하지 마라. 남은 선택에 집중해라. 당신에게는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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