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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Oct 12. 2017

평범한 소재로 명품 만들기

약방의 혼잣말

1. 연휴 동안에 엔코드(일본에서 웹 소설을 연재하는 자유 게시판)를 뒤졌다. 사실 요즘 일본의 콘텐츠는 대중 취향이 아닌 반드시 돈을 쓰는 오타쿠, 여성층에 맞는 소재를 늘어놓고 이를 조립하는 것이 상례가 되었는데 소설의 줄기는커녕 소재부터 늘어놓고 줄기를 그리고 있으니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리가 없다.


그런데 이런 일본의 서브컬처계, 아니 한국의 서브컬처계에 모범이 될만한 작품을 찾았다. 바로 약사의 혼잣말(薬屋のひとりごと)이라는 작품이다. 


링크 : http://ncode.syosetu.com/n9636x/


2. 이 작품 사연이 길다. 원래 휴우가 나츠(日向夏)라는 필명의 작가가 위의 게시판에 연재하던 작품을 히로 문고(ヒーロー文庫)라는 회사에서 작가의 가필형식으로 출간한다. 즉 소설이 완전판인 셈이다.

그런데 히로 문고는 엄밀히 말하면 일본의 미디어 대기업 카도카와의 계열사인 미디어웍스의 계열사로 위의 엔코드의 게시판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되는 작품 중에서 우수한 것을 골라 출판하는 작은 기업이다. 이 '약방의 혼잣말'은 이 히로 문고가 무려 10년 만에 출간하는 '라이트 노벨'이다.


그런데 작품 자체가 잘 되어서 그런지, 쏠쏠히 팔려나갔고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다.


작품의 인기 덕분에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소설이 만화로 '미디어 믹스'가 된 것이다. 주체는 무려 일본의 초 거대 미디어 기업인 '스퀘어 에닉스'. 회사의 성향상 만화의 반응이 좋으면 애니메이션, 게임 등 OSMU(One-Soruce Multi-Use)에 들어가게 된다. 이쯤 되면 거의 작가 입장에선 인생역전 수준이다. 작품 자체도 훌륭하니만큼 무난하게 고수입자 대열에 들어갈 것이다.


3. 그런데 이 작품 특이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은 기존 일본의 서브컬처 공식으로 만들어진 작품과 다르지 않다. 


소재가 전부 평범하다는 이야기다


우선 주인공은 기루에서 약사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약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덕분에 통찰력이 남다르고 세상 물정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소설 '채운국 이야기'를 따온 것이고 남자 주인공 진은 역시 채운국 이야기의 '류휘'를 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작품에 도입된 소재는 다른 애니메이션, 게임, 소설에서 나온 것이 그대로 쓰였다.


그런데 그 버무려진 결과물이 잘 나왔다. 작품의 문체는 엄밀히 말하면 좋지는 않지만, 라이트노벨의 본분을 잘 지켜 재미있다.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완급도 뛰어나다. 다음 권이 기다려지는 구성이다.


4. 그래서 난 이 작품이 좋은 교재라고 생각한다. 요즘에 소설을 취미 또는 2의 인생을 위한 부업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분들이 많은데 난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싶다. 분명히 힘든 세계고 무언가를 얻어내기 힘든 업계긴 하지만 그 도전은 분명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시 그런 마음을 갖고 브런치에 글을 쓰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작품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어디서나 널려있는 소재를 갖고도 많이 본듯한 글을 써도 이렇게 개성이 살아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정말로 칭찬이다. 이 작품은 특유의 강렬한 개성이 살아있다. 그래서 추천한다.



4. 아, 브런치에 소설 출판 관련자분들이 많으신 걸로 아는데 혹시 이 작품을 출판하실 경우 괜찮다면 번역을 의뢰해주시길 바란다. 이미 작품은 몇 번씩 읽고 파악이 다 끝났고, 번역 경험도 다수 있으니 결과물도 보증할 수 있다.


즉, 이 글은 작품 소개를 겸한 부업 글이 되어버렸다. 이 점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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