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공장장 Oct 18. 2017

저주받은 걸작을 계승하다

블레이드 러너 2049

1. '블레이드 러너 1982'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알려져있지만, 정작 80년대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본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지루한 영화였고, 실제 개봉때 본 선배들의 반응도 거의 비슷하다. 편집은 거칠었고 메시지는 약한데다 템포가 느렸다. 이런 약점이 관객의 이해하기 쉽게 편집한 감독판, 작품과 관객간의 거리의 합의점을 찾아낸 '파이널 컷'이 나오면서 보완이 되었다.


2. 하지만 당시에 지루한 블레이드 러너는 마니아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작품이었다. 원래 마니아라는 사람들은 답이 뻔한 작품보다 자신들의 해석과 상상에서 새롭게 창조되는 작품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블레이드 러너는 경전과 같은 작품이었고, 미국과 일본의 크리에이터들이 만화, 게임,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들이 블레이드 러너의 팬임을 공식적으로 광고했고 심지어 만화가 아사미아 기아(麻宮騎亜)는 자신의 출세작 사일런트 메비우스의 배경과 근본 설정 자체를 이 영화에서 차용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팬들의 열광은 후속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겐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블레이드 러너 1982가 보여준 환상적이고 독특한 세계관은 그들의 팬이 음미하고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흔하거나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이제 사람들에게는 


블레이드 러너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복제인간의 인권에 관한 고찰

은 더 이상 새로운 테마가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 이제 지겨워진 테마다. 이것은 후속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에겐 큰 짐이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3. 감독 드뇌 발뇌브, 제작 리들리 스콘, 각본 햄톤 팬커는 놀랍게도 정면으로 부딪히는 길을 택했다.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세계관을 더욱 숙성시키고, 복제인간과 관련된 철학은 더욱 깊게 다루어서 블레이드 러너라는 이름에 깊이를 더하는 식으로 정면돌파한 것이다.


그래서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무려 30여년 전에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에서 던졌던 질문을 또다시 한다는 것은 얼핏 보면 식상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논증과 반론에 깊이가 더해졌을 뿐이다. 그래서 이 질문은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영화는 이런 질문을 묵직하게 던질 줄 안다. 이것은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최고 미학이자 덕목이기도 하다.


4. 이 영화는 좋은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라는 이름에 걸맞는 테마를 훌륭하게 계승했고, 세계관을 확장해서 전달하는데도 성공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미 또한 흠잡을 것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제작비. 블록버스터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예술영화에 대해 관객은 저조한 흥행으로 대답했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이 또 하나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평점 : 4/ 5 

한줄평: 후속작의 모범적인 성공사례, 그리고 전형적인 대중성의 한계 

매거진의 이전글 평범한 소재로 명품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